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이 위기라는 자각도 없고, 문제 해결 의지도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약 1만 3000자 분량의 연설문을 40여 분간 읽어 내려가며 안전·경제·안보 등 윤 정부의 실책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윤석열 정권에서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연설의 포문을 열었다. 박 원내대표는 헌법 제1장 제1조부터 제3조를 낭독한 뒤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을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4개월 만에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국민 안전 △민생 경제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헌정질서 위기 등을 지적했다. 그는 10·29 이태원 참사와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언급하며 “모든 참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대책, 무능력, 그리고 무책임”이라며 “참사를 대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는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산산조각 냈고, 국민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대란·딥페이크 범죄 등 현안에 대해 “정부는 의료 대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국민의 공포를 이해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정부는 보이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도 직격했다. 박 원내대표는 “여당은 야당이 의회독재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진짜 독재는 대통령이 하고 있다”며 “대통령 임기가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1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불의한 권력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며 “계속해서 민심을 거역한다면 윤석열 대통령도 결국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검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정치 보복’으로 규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수백 건 압수수색하고, 별건에 별건까지 탈탈 털어대며 기소했지만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남발했다”며 “이제는 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보복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정부·여당에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협치를 제안했다. 그는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를 제안하며 “응급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되고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체면을 따지거나 여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급한 의료대란 사태 해결 방안부터 중장기적 의료개혁 방안까지 열어놓고 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고 고집 피울 때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확대 발행도 거듭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발행이 내수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라며 “내수 경기 진작에 도움이 되는데 정책 저작권을 따질 이유도 없고 반대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이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부와 여당이 더 나은 대책을 내놓으면 된다”며 “민주당은 언제든 민생경제 회복에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