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유리기판 大戰'…신기술·시제품 앞다퉈 공개

국내 최대 'KPCA쇼 2024'
삼성전기, 유리기판 시제품 첫선
LG도 유리기판 기술 소개 코너 마련

삼성전기가 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 개막한 ‘KPCA 쇼 2024’에서 유리 기판 시제품을 최초로 공개했다. 노우리 기자

“이 제품은 언제 상용화가 되나요?”


4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반도체 기판 전시회인 ‘KPCA 쇼 2024’. 행사장 한가운데 자리한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일제히 유리 기판으로 향했다.


삼성전기는 이번 전시에서 유리 기판 시제품과 사양을 최초로 공개했다.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서 촘촘한 미세 회로를 만들어내는 유리관통전극제조(TGV) 가공과 유리 기판 성능을 좌우하는 시드층 접착 기법 등 신기술을 소개했다. 시제품은 가로 150㎜, 세로 150㎜ 크기로 12단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탑재되는 기판보다 큰 면적을 갖췄다. 삼성전기는 시제품을 생산하는 파일럿 라인을 연내 세종사업장에 꾸린다는 계획이다.


양우석 삼성전기 패키지기판개발 그룹장은 “삼성 계열사와 컨소시엄을 이뤘다는 것이 기술 개발 면에서 강점”이라며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KPCA 쇼 2024' LG이노텍 부스 전경. 사진 제공=LG이노텍

LG이노텍도 다층 빌드업 공정 등을 비롯해 유리 기판 관련 기술을 소개하는 공간을 처음으로 부스에 마련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가 3월 주주총회에서 “유리 기판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언급한 지 반년 만에 공식 석상에서 제품 청사진을 밝힌 것이다. 이밖에도 대덕전자와 심텍 등 중견 기판 기업도 ‘글래스 코어 서브스트레이트’라는 유리 기판 핵심 기술을 공개했다.


유리 기판이 부품 업계에서 ‘귀한 몸’으로 떠오른 것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속에 제품의 장점이 부각돼서다. 유리 기판은 소재 특성상 기존 기판에 비해 4분의 1 수준의 두께를 갖춰 시스템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AI 칩 결합에 용이하다. 기존 기판의 절반 수준의 전력 소비만으로 8배 많은 데이터를 처리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기술 세미나에서 “TSMC·인텔 등 주요 기업이 유리 기판을 도입하겠다고 하면서 유리 기판이 올해 시장에서 화두가 됐다”며 “대역폭을 개선하며 저전력을 구현하는 기판 기술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AI와 서버용 칩에 주로 들어가는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를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도 대거 공개됐다. 삼성전기는 반도체와 기판 사이에 실리콘 인터포저를 사용하지 않고 반도체와 반도체를 직접 연결하는 2.1D 패키지 기판 기술, 시스템온칩(SoC)과 메모리를 하나의 기판에 통합한 코패키지(Co-Package) 기판 등을 선보였다. LG이노텍은 FC-BGA의 특징 중 하나인 대면적 기판 구현에 필요한 멀티레이어 코어(MLC) 기판 기술을 소개했다. LG이노텍은 코어층의 소재 구성을 다양화한 MLC 기술로 신호 효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