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2036년 도입하면 기금소진 32년 늦춰

가입자수·기대여명따라 자동발동
100만원 받다가 물가 2% 오르면
102만원→100만 5000원 조정

4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정부의 연금 개혁 추진 계획 발표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연금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되면 연금 고갈 시점을 현재보다 32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연금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즉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 연금 수급액을 줄여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보건복지부는 4일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금액에 물가 상승률을 반영했던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구조 변화, 경제 상황 등을 연동해 연금액, 수급 연령 등을 조정하는 형태다. 정부는 여기에 최근 3년 평균 국민연금 가입 수 증감률(보험료 수입)과 기대여명 증감률(급여 지출) 등을 반영해 연금인상률을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합한 수치보다 낮을 경우 하한선을 적용해 내는 돈보다 적게 받는 일을 없도록 설계했다.





이 같은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 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 실질 가치를 보전하고 있으나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 3%이면 100원을 받던 연금수급자는 다음 해에 103원을 받게 되는데,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3% 인상분에 조정률을 반영해 2% 또는 1%만 올려 102원, 101원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도 “현재는 물가 상승률이 2%라고 하면 100만 원 받던 사람은 다음 해 102만 원을 받게 된다”며 “자동 조정 장치가 발동되면 가입자 감소와 기대여명 증가 등에 따른 영향이 1.5%포인트라고 하면 2%에서 이를 뺀 0.5%를 적용해 100만 5000원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되면 연금 고갈을 최대 32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 수입이 급여 지출을 초과하는 2036년에 발동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32년 늦어져 2088년이 된다. 만약 기금 감소 5년 전인 2049년에 발동하게 된다면 기금 소진 연도는 23년 미뤄진 2079년이 된다. 기금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2054년에 발동한다고 가정하면 기금 소진 연도는 21년 늘어난 2077년으로 밀린다.


이처럼 자동 조정 장치는 재정 여건에 맞춰 탄력적인 운영을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연금 개혁이 통상 십수 년 이상 사회적 타협을 거쳐야 해 외부 충격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이 현재 자동 조정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 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급여나 기여율, 그리고 연금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고자 공적연금에 자동 조정 장치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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