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제주에 이어 서울에도 주취자를 임시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 생긴다. 취객을 반강제적으로 떠맡아야 했던 일선 지구대·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의 부담이 줄어 경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는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주취해소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법적인 설립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조례 제·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중구·종로구 등 시내 중심지에 1개소를 열고 향후 권역별로 센터를 설치하는 등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주취자로 인한 출동 건수는 95만 8602건으로 1년 100만 건에 육박했다. 서울시로 좁히면 지난해 주취자 관련 112 신고는 4만 8433건으로 하루 평균 132.7건이었다. 그 중 보호조치 대상은 11%에 불과한 5482건이었고 보호조치 대상 중 경찰에서 보호하는 경우는 1884건(34.3%)이었다.
서울시가 주취해소센터를 설립한 것은 단순 주취자를 보호할 만한 곳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경찰관 직무직행법 4조에 따라 경찰은 주취자에 대해 보호조치를 할 의무를 가진다. 이에 경찰은 범죄를 일으킨 주취자는 유치장에 구금하고 의식이 없는 만취자는 경찰과 의료진이 상주하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로 보낸다.
단순 주취자는 보호자에게 인계하는 게 원칙이지만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인근 지구대·파출소에 임시 보호할 수밖에 없다. 다만 주취자를 경찰서 내부에 보호하는 것 자체가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난동을 피우는 경우도 많아 정작 필요한 곳에 치안력이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해에도 40대 경위가 관악경찰서 관내 지구대에서 행패를 부리던 주취자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가 해직 처분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경위는 최근 소청심사를 거쳐 정직 3개월로 감면해 가까스로 복직 판정을 받았다.
서울시가 주취해소센터를 열게 되면 부산, 제주에 이어 지자체로서는 세 번째다. 부산과 제주는 기존 주취자 응급의료센터가 인력 부족, 이용률 저조 등의 이유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각각 2023년, 올해 1월 주취해소센터로 전환했다. 부산 응급의료센터는 올 4월 개소 1주년을 맞아 1년간 총 537명의 주취자를 평균 4.6시간 보호했다. 대부분은 오후 9시 이후 야간 시간에 보호 인계됐으며 주취가 해소된 후에는 스스로 또는 보호자와 함께 귀가했다.
서울의 경우 기존에 설치된 총 4곳의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그대로 운영하면서 주취해소센터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치안 수요가 가장 많은 도시인 만큼 두 종류의 주취자 보호시설을 모두 운영하며 촘촘한 주취자 대응 체계를 확보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