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이 주택 건설에 대한 대출을 전년 동기대비 10% 가까이 줄이면서 미국 주택건설업체들이 10년 만에 가장 큰 신용경색에 직면했다고 4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FT는 금융정보업체 뱅크레그데이터(BankRegData)를 인용해 올해 6월 말까지 집행된 미국 은행의 1~4인 가구의 주택 건설 자금 대출은 920억 달러(123조 5100억원)로, 전년 동기 1020억 달러보다 100억 달러(약 13조 원) 가량 줄었다. 감소 폭은 약 10%를 기록해 10년 만에 가장 큰 수치였다. 또 주택 건설을 위한 대출이 5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업체들의 ‘돈맥 경화’는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디스애널리스틱의 분석가 크리스 데리티스는 FT에 “이미 많은 주택이 건설 중이라 주택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즉각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는 있다”면서도 “신용 경색이 길어질수록 건설업체와 부동산 시장에 분명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출 둔화가 주택 시장 침체로 인한 수요 약화 때문일 수 있지만, 금리가 내려갈 경우 판매가 회복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건설 부문에 대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공급이 억제되고 가격은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주택 착공은 16% 감소할 전망이다.
최근 미국에서 주택 구입 가능성은 경제적,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다. 수년 간 높은 모기지(주택 담보) 대출 금리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부분적으로 공급 부족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은 첫 주택 구매자에게 최대 2만 5,000달러의 계약금과 건축업자를 위한 세금 공제 등의 지원을 공약하기도 했다.
주택 건설 대출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이 대출을 전문으로 하던 지역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로 수익에 타격을 입으면서다. FT는 미국 주택건설업체에 대한 최대 대출 기관은 30억 달러 규모의 미결제 주택건설 대출을 보유한 US뱅크라며 “이 은행은 주택과는 별도로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한 7억 8000만 달러의 연체 대출이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또 대출 감소가 수요 부진인지 은행이 신용대출을 줄여서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60개 이상 은행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의 약 3분의 1이 건설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FT는 “주택 및 기타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신용을 늘렸다고 답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