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할리우드와 같은 영화·콘텐츠 제작 지원 공간인 ‘엔터테인먼트 도시(Entertainment City)’를 10년 안에 새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엔터 시티’ 관련 이번 블룸버그 인터뷰 내용은 올해 6월에 발표한 ‘콘텐츠 도약 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개념과 계획이 한층 더 정교해졌다.
블룸버그TV는 최근 서울에서 가진 유 장관과의 인터뷰에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과 K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세계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할리우드 같은 ‘엔터테인먼트 메카’가 없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부가 나서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구체적으로 2035년까지 영화와 TV 프로그램, 음악, 기타 예술 제작을 지원하는 새로운 공간을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체 3.3㎢ 규모 공간에 엔터테인먼트 전문 학교와 콘텐츠 제작 시설을 조성하고 조선시대 궁궐을 그대로 재현해 영화·드라마 제작을 지원하는 한편 관광객들에게도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유 장관은 인터뷰에서 “우리의 계획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며 “정부는 청사진을 그리고 인프라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들이 통신, 인터넷, 금융 서비스에 투자해 우리를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새로 조성할 시설은 위치나 명칭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문체부는 앞서 6월 18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제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에서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 전략’을 공개하며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제시했다. 당시 문체부는 “콘텐츠 기업·대학·연구소·사람 등이 총집결해 K콘텐츠가 끊임없이 생산·유통되고 누구나 K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산업 복합단지를 계획하고 있다”며 조성 완료 기한을 2035년으로 내세웠다.
이번 블룸버그 인터뷰는 6월 발표된 K콘텐츠 복합문화단지 계획을 보다 구체화한 내용으로 분석된다. 유 장관이 6월 말 미국 LA를 방문해 할리우드 지원 시설을 시찰하고 영화 관계자들과 토론한 결과를 바탕으로 할리우드식 ‘엔터 도시’ 구상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구체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관련 예산은 최근 확정된 내년 예산안에는 반영이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최종 추진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엔터 도시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절실한데 최근 경기 둔화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 장관은 인터뷰에서 외래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블룸버그TV는 유 장관이 “한국이 몇 년 안에 연간 3000만 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류를 그 매개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외래 관광객은 1~8월 누적 1000만 명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보다는 여전히 적은 수치다. 문체부는 앞서 ‘올해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달성’ 목표를 세웠지만 쉽지 않다는 예상이 많다. 3000만 명은 2027년 목표다.
법무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미국·일본·대만·홍콩 등의 방문객을 대상으로 비자 요건을 완화했지만 중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 장관은 “우리의 관광업에서 큰 문제 중 하나는 비자 문제”라며 “이 지역에서 무비자 관광이 허용된다면 더 많은 방문객이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