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로 중국의 철강 과잉공급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꼽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제철은 미국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구속력 있는 국가 안보 협정안 체결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지난달 31일 일본제철과 US스틸에 보낸 서한에서 US스틸 매각이 미국의 운수·건설 및 농업에 필요한 철강 공급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한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CFIUS는 중국 기업들이 값싼 철강 제품들을 내세워 세계 철강 시장에서 부당하게 지배력을 확보한 가운데 일본제철이 US스틸과 다르게 대응한 점을 꼬집었다. US스틸은 미국 정부에 외국산 철강에 대한 무역 보호 조치를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일본제철이 종종 이 같은 조치를 반대해왔다는 것이다.
CFIUS는 이를 토대로 “일본제철이 US스틸의 모회사가 되면 무역 관련 결정에서 US스틸은 일본제철의 상업적 이익과 글로벌 철강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며 “US스틸이 외국산 철강 수입 업자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요구할 가능성이 낮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US스틸 생산기지가 철강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로 이탈할 가능성도 우려됐다. 일본제철은 2019년 아르셀로미탈과 합작해 인도 에사르 스틸을 인수해 ‘AM/NS’를 설립했다. 일본제철은 답변서에서 무역 문제에 대한 US스틸의 결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CFIUS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구속력 있는 국가 안보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또 수십억 달러를 US스틸에 투자해 미국 철강 생산 공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미국 밖으로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업계 전문가들이 CFIUS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라 바월 댄즈먼 인디애나대 교수는 “CFIUS가 국가 안보 위험에 대한 정의를 상당히 확대했다”면서 “미국의 철강 생산능력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주요 동맹국에 본사를 둔 회사의 소유권이 이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위협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은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을 141억 달러(약 19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고 US스틸과 함께 CFIUS 심의를 요청했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정 조치를 요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CFIUS가 자국 기업에 대한 인수 거래를 불허한 것은 대부분 중국 기업이며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