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형 국유 증권사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산 규모 300조 원대의 초대형 증권사 설립을 추진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 월가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투자은행(IB)을 육성하라고 지시한 지 1년 만에 나온 움직임으로, 중국이 서방 중심의 초대형 IB 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대형 증권사 ‘궈타이쥔안’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하이퉁증권’이 주식 교환을 통해 합병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두 회사는 성명을 통해 “이번 합병은 일류 IB를 만들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증권 업계는 주식시장 부진과 경제성장세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하이퉁증권은 올 상반기 수익이 지난해보다 75%나 급감했고 올 들어 주가도 12%나 하락했다. 중국 화추앙증권은 이번 M&A와 관련해 “하이퉁증권의 사업적인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 회사는 합병 절차를 위해 6일부터 상하이·홍콩 증시에서 거래를 중단했다. 두 회사 간 합병은 각각 이사회, 주주총회, 규제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의 의중에 따라 추진되는 것이어서 특별한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시 국유자산관리국이 지분을 가진 두 회사의 합병으로 자산 규모 1조 6000억 위안(약 301조 원)의 새로운 법인이 탄생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 설립되는 증권사는 기존 자산 규모 1위였던 중신증권(CITIC)을 제치고 중국 내 최대 증권사 자리를 꿰차게 된다. 상하이 국유자산관리국은 궈타이쥔안 주식의 약 3분의 1을, 하이퉁증권 주식의 약 20%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시 주석은 금융공작회의에서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월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몇몇 최고 수준의 IB를 육성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시 주석 발언 이후 중국의 증권 감독 규제 기관도 올 3월 “2035년까지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IB 2∼3개를 보유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에는 2023년 말 현재 증권회사가 약 145개 있다. 총자산은 11조 8000억 위안(약 2220조 원) 규모다. 다만 중국 대형 증권사들 규모는 월가의 글로벌 금융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월가 금융사에 도전할 ‘항공모함’ 규모의 증권사를 설립한다는 오랜 야망이 이번 합병으로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