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기피시설’의 하나로 꼽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공개한 ‘비선호 시설 건설의 외부 효과 추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월성원자력단지가 위치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67%가 ‘(원전 건설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일자리 창출(50.5%), 상권 활성화(20%) 등을 꼽았다. 월성 1~4호기, 신월성 1~2호기가 들어설 당시 지역민들의 반대가 거셌지만 이제는 추가 원전 건설을 찬성하는 여론(68%)이 높을 정도로 인식이 달라졌다.
원전에 대한 주민 인식 변화는 최근 괴담과 ‘님비(NIMBY·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에 막힌 수도권 변전소 증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동서울변전소의 증설은 동해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까지 끌어오려면 꼭 필요한데 경기도 하남시와 인근 주민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유해 전자파가 나온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그러나 전력연구원이 동서울변전소 인근 아파트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치는 0.02μT(마이크로테슬라)로 편의점 냉장고에서 나오는 전자파(0.12μT)보다 미미했다. 오죽하면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나도 34만 5000V(볼트)와 15만 4000V 2개의 지하 변전소가 있는 건물에서 근무한다”며 전자파 걱정은 기우라고 반박했겠나.
국가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전력기반시설이 괴담에 좌초하는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비과학적인 주장에 막혀 사업이 지연되는 만큼 경제성장도 늦어진다. 인공지능(AI),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등 국가 첨단산업을 뒷받침하려면 안정적인 발전·송전이 필수다. 하남시와 인근 주민들은 ‘방사능 괴담’이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 나고 지역 경제가 발전해 인근 주민의 인식이 바뀐 원전의 사례를 봐야 한다. ‘에너지 전문가’를 자임하면서도 변전소 증설을 불허한 이현재 하남시장과 반대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추미애 국회의원은 지역 및 국가 경제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다면 괴담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변전소 증설 문제에 임하는 것이 주민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