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울변전소 HVDC 증설 반대!’
이달 5일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인근 감일신도시. 한 아파트단지 경로당 앞에 한국전력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에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 단지 바깥의 좁은 도로를 따라 10분가량 걷자 동서울변전소 입구가 나타났다. 현재 동서울변전소는 변압기 설비가 외부에 노출돼 있다. 한전은 이를 건물 안에 넣는 옥내화를 추진하고 남는 부지에 HVDC 변환소를 지을 계획이다.
하남시는 지난달 21일 전자파의 유해성과 소음, 주민들과의 협의 미흡을 이유로 변전소 옥내화와 증설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하남시의회는 동서울변전소가 들어온 후 암 환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유해 전자파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어떨까. 서울경제신문이 이날 한전 및 한전 전력연구원과 함께 동서울변전소 보안 울타리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전자파를 측정해보니 0.0389~0.0407µT(마이크로테슬라)에 그쳤다. 국제 기준인 200µT의 약 0.02% 수준이다. 국제 기준보다 강한 국내 기준(83.3µT)으로 봐도 약 0.048%에 불과하다.
변전소 울타리에서 50m 멀어지자 전자파는 0.0158µT로, 100m 멀어지자 측정값은 0.0141µT로 줄었다. 전자파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감한다.
변전소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단지 입구에서는 0.2285µT로 나왔다. 아파트 입구에서 다소 수치가 오른 것은 변전소 문제가 아닌 주민들이 쓰는 전기 배전 설비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단지 안으로 50m 들어가자 수치는 곧장 0.0210µT로 떨어졌다. 특히 아파트 입구에 위치한 편의점 내부에서 측정한 전자파는 0.1422µT로 변전소 울타리 앞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는 편의점 내 냉장고 탓이다. 동서울변전소처럼 향후 옥내화를 하면 전자파는 더 감소하게 된다.
이는 동서울변전소 주변만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이날 옥내화돼 있는 서울 마포구 아현동 변전소 입구에서 전자파를 재보니 입구에서 0.1063µT, 주변 울타리에서는 0.1019~0.1709µT로 나왔다. 국내 기준치의 0.12%다. 아현변전소는 2003년 지어진 시설로 변전소 근처에는 2014년에 들어선 아파트와 상가 시설이 위치해 있다. 국민들의 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변전소다. 서울에만 이 같은 변전소가 101개 있는데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실제로 아현변전소에서 10m 떨어진 아파트 입구에서 측정한 전자파도 0.0298µT에 그쳤다. 변전소에서 가까운 초등학교 입구에서는 0.0416µT로 측정됐다. 기준치의 0.049%다. 이마저도 변전소와 초등학교 사이에 다른 건물들도 위치해 있어 다른 설비의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변전소가 아닌 땅 밑의 전선이나 배전 설비 등 다른 일상 전자파의 영향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동서울변전소와 가장 비슷한 경기 평택시 고덕동 변전소도 마찬가지다. 올해 7월 이현재 하남시장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함께 이곳을 찾아 전자파 측정에 동참했다. 당시 고덕변전소에서 50m 떨어진 지점에서 잰 전자파는 0.026~0.206μT에 그쳤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변전소는 전기 설비 안전기준을 만족하도록 설계돼 있어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7년 국제 전자계 프로젝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인에게 노출되는 극저주파는 건강 관련 문제가 없으며 장기간 전자파 노출에 암이 생긴다는 인과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