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고용지표 발표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이번 주 증시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이미 큰 폭의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추석 연휴 전까지 추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시장 심리가 극도로 예민해진 만큼 한국과 해외 증시 모두 작은 이슈에도 큰 변동성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8일 금융투자시장의 주요 전문가들은 6일(현지 시간) 나온 미국 고용지표 여파가 9일부터 국내 증시에 반영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8월 비농업 일자리 수는 전월 대비 14만 2000개 늘었다. 월가 예상치(16만 5000개)를 밑돌았지만 6월과 7월보다는 늘었고 실업률도 4.2%로 전월 4.3%에서 다시 낮아졌다. 겉보기에는 개선됐지만 월가와 연준은 6월과 7월의 일자리 증가 건수가 하향 조정된 점에 주목한다. 6월과 7월 비농업 일자리가 각각 11만 8000건, 8만 9000건으로 총 8만 7000건이 하향 조정되면서 고용 둔화 추세는 가팔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자리 증가 건수의 3개월 이동 평균치는 8월 11만 6000건으로 줄어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지표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01% 내린 4만 345.41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73% 내린 5408.4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55% 하락한 1만 6690.83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그 결과 2~6일 나스닥지수는 닷새간 5.77% 급락하며 2022년 1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S&P500지수도 한 주간 4.25% 내리며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주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주 미국 장의 영향을 이어받을 국내 증시의 불안감은 상당하다.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급락 여파로 2~6일 5거래일간 이미 4.86% 내린 코스피가 추가적으로 하락해 2500 선이 위태로운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달 순매수 상위 종목으로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폭도 한층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은 2~6일 2조 1490억 원어치를 매집하면서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 순으로 많이 샀는데 순매수 상위 10개 가운데 수익을 낸 종목이 하나도 없었다.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이던 삼성전자는 이 기간 7.27% 내렸고 SK하이닉스와 현대차도 각각 9.96%, 10.96% 하락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우(005935)(-6.50%), 네이버(NAVER(035420), -7.04%), 카카오(035720)(-8.60%), 기아(000270)(-5.75%) 등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증시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대형 이벤트들이 이번 주 잇따른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미국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고점 논란이 제기된 정보기술(IT) 종목 대표주 애플의 신제품 공개 행사, 미 대선 후보 TV 토론회가 집중돼 있다. 한국의 경우는 16~18일 추석 연휴 사흘 휴장도 앞두고 있어 수급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이미 물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며 “추석 연휴를 앞두고 관망 심리가 이어지고 있어 적극적인 매수세가 유입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코스피가 기술적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한편 미국 고용 시장 둔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연준이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침체를 우려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50bp(bp=0.01%포인트)의 ‘빅컷’은 필요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고용이 악화한 뒤에야 대응에 나서는 정책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는 9월 과감한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거세다. 연준은 17일 9월 FOMC 시작을 앞두고 열흘간 외부 발언을 중단하는 블랙아웃 기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