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혁안은 응급 처방에 가까우며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직 장관들의 조언이 나왔다. 야당의 주장대로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최소한 13% 이상으로 올려야 하며 기금 수익률은 정부가 제시한 4.5%에서 5.5%로 1%포인트 인상이 아닌 6.5%로 2%포인트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국연금학회장을 지낸 방하남 국민대 석좌교수는 8일 “정부안은 마지노선은 지키면서 일종의 응급조치를 한 것”이라며 “적자 전환 시점이 되기 전에 다시 문제가 불거질 테고 또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정부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2%에서 묶는 것을 뼈대로 하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방 교수는 “보험료율 인상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정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인상이 명시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나라처럼 급변하는 인구구조 속에서는 추가 개혁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과 이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역임한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역시 “보험료율을 13%로 하고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13%는 제대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보험료율은) 일본이 18%, 독일이 20%가 넘는다”며 “우리도 좀 더 높일 수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전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요구대로 소득대체율을 최소 44%로 높이려면 보험료율 15%, 기금 수익률 6.5%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체율을 높이려면 보험료율이 15%는 돼야 한다”며 “연기금 수익률 목표도 5.5%로 보수적으로 잡았던데 캐나다연기금의 수익률이 10%에 근접한 만큼 우리도 수익률 목표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국민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4.99%인 반면 캐나다연기금은 9.58%다. 전 이사장은 “캐나다와 일본 등 연금제도 개혁을 한 나라들은 기금의 수익률 개선을 위한 혁신을 동시에 했다”며 “기금운용본부를 지역으로 이전해 우수 인력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채용에도 어려움을 겪는데 이를 좀 바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운용본부 재이전→우수 인력 확보→기금 수익률 제고→연금보험료 인상 부담 감소 및 소득대체율 인상 여력 확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금 개혁에 있어 수익률 부분을 지금보다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방 교수는 기초와 퇴직연금 같은 다층 보장 구조를 잘 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지역 가입자는 보험료가 부담돼 (연금에) 가입을 안 한다”며 “이것을 더 올리면 납입을 하겠느냐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하고 퇴직연금을 보조로 하는 게 맞다”며 “우리나라는 너무 소득 보장을 국민연금 중심으로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득보장론자들의 주장처럼 대체율을 계속 높이려고 하면 연금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방 교수는 “퇴직연금이 소득대체율 20~30%를 담당해줘야 한다”며 “퇴직연금이 의무화는 됐지만 아직 임의 제도라 퇴직연금으로 전환한 기업의 비율이 너무 적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안에 퇴직·기초연금 개선 방안이 포함됐지만 구체적이지는 못하다”며 “지금 제도를 개선해두면 2030이 퇴직할 때쯤 상당히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 전 장관은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도 수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상황과 관련해 전 이사장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 인상, 연기금 수익률 제고가 충분히 이뤄지면 일각에서 수령액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 자동 안정 장치가 애초에 발동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며 “최고의 전문가가 정부 영향에서 벗어나 자율적·독립적으로 기금 운용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