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에 인공지능(AI)이 도입된다면 회계사 수요가 줄어들까요. 아닙니다. AI는 추천만 하지 결정은 할 수 없습니다. 결국 회계사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손동춘(사진) EY한영 감사부문 파트너 겸 디지털 감사 리더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회계 업계에 AI가 불러올 변화를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 EY의 한국 회원사인 EY한영은 대형 회계법인 중에서도 감사, 세무, 재무 자문, 컨설팅 등 업무 전반에 AI 시스템을 먼저 구축한 곳으로 꼽힌다. 14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투자해 지난 18개월에 걸쳐 개발한 AI 기반 통합 플랫폼 ‘EY.ai’과 회계 업무에 특화한 자체 언어모델(LLM) 챗봇 ‘EYQ’를 지난해 잇따라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최신 AI 기술을 보다 빨리 적용할 수 있었다.
손 리더는 AI 거품론을 극복할 존재는 결국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손 리더는 “AI가 대체할 직업 1순위로 늘 회계사가 꼽히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회계사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AI가 단순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지만 최종 의사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를 뽑아낼 경험 있는 전문가 집단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AI와 데이터에 대한 소통 능력이 있는 회계사들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최근 EY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89%는 ‘AI 기반 혁신에 상당한 투자를 했거나 향후 12개월 내에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68%는 ‘AI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신속하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AI가 거대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는 선뜻 결단할 수 없는 CEO가 그 만큼 많은 셈이다. EY한영이 최근 국내 기업 재무담당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는 ‘재무 및 회계·감사 업무에 AI 투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손 리더는 “감사 부문에서 AI는 각종 정보를 수집해 최적의 방안을 추천해준다”며 “패턴을 인식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등 감사 품질 향상에 점점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