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인 사업가를 납치 및 살해한 주범인 필리핀 전직 경찰 간부가 8년 만에 유죄가 인정돼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도주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은 올해 7월 중순 주범 라파엘 둠라오에 대한 형 집행을 위해 주거지 등을 수색했으나 현재까지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라파엘 둠라오는 지난 2016년 한인 사업가 고 지익주 씨를 납치 및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필리핀 검찰은 수사를 통해 둠라오 등 5명을 재판에 넘겼고, 1심 결과가 나오는 데만 약 6년이 걸렸다.
필리핀 마닐라 항소법원은 올해가 돼서야 지난 6월 26일 전직 경찰청 마약단속국 팀장인 둠라오에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씨는 지난 2016년 10월 18일 앙헬레스시 자택에서 이사벨과 옴랑에 의해 납치된 뒤 경찰청 마약단속국 주차장으로 끌려가 살해당했다. 가해자들은 다음 날 화장장에서 지씨의 시신을 소각한 후 유해를 화장실에 유기했다.
둠라오의 하급자로 범행에 가담한 마약단속국 소속 경찰관 산타 이사벨과 국가수사청(NBI) 정보원 제리 옴랑은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항소심 판사는 이례적으로 1심 판사의 '중대한 재량권 남용(여러 법적 증거 및 정황에도 불구하고 1심 판사의 잘못된 판결을 의미)'을 인정하면서 판결을 뒤집었다.
하지만 주범인 둠라오는 당국의 체포를 피해 행방을 감췄다. 둠라오는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재임 때 '마약과의 전쟁'에 참여한 경찰국 조직 내 실세였기에 도주할 수 있는 상황들이 예견됐지만 필리핀 사법당국과 한국대사관의 특별 조치는 없었다. 선고부터 집행까지 약 2주가 지나는 동안 한인 살해범에게 법망을 빠져나갈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대사관 측은 일부 국내 언론과 항소심 판결을 외교적 성과로 주장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해 동포사회에서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