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개월간 불법 사금융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탈루 세액이 150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의 신규 대출 감소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이 늘면서 악성 탈루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국세청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사금융 관련 동시 세무조사 추징액은 1574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불법 사금융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해 올 2월까지 431억 원을 걷은 데 이어 2차 조사를 통해 1000억여 원을 추가 징수했다. 조사 대상은 총 344명으로 분야별 추징액은 세무조사 1431억 원, 자금 출처 조사 31억 원, 체납 추적 조사 112억 원 등이다. 세율 10~25%가 적용되는 법인세에다, 신고 불성실 가산세(최대 40%)와 세금 납부를 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 부과하는 납부 불성실 가산세 등을 종합한 금액이다. 탈루는 실제 벌어들인 수입을 장부 조작 등을 통해 고의로 누락시켜 전체 수입이 아닌 일부만을 허위로 신고해 세금을 줄이는 행위다.
통상 대부업체 추징액이 연간 300억~400억 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규모다. 앞서 2021년과 2022년 국세청은 해당 조사를 통해 각 301억 원, 358억 원을 추징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검찰·경찰·금융감독원의 정보 공조 등 범정부 불법사금융 척결 태스크포스(TF) 참여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세무조사는 대부업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가 아닌 불법 사금융에 집중한 조사 실적이라는 점에서 역대급 추징 규모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대부업체·저축은행의 신규 대출 감소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린 서민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저축은행·대부업체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상호금융·보험·저축은행·카드·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보다 12조 8000억 원 감소했다.
불법 사금융에 의존하는 취약 계층이 늘어난 만큼 불법 사금융 피해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 1~5월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신고 건수는 6232건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이번 동시 세무조사에서는 저신용층을 상대로 협박 추심을 일삼으며 3650%의 살인적인 이자 수익을 채무자 명의 차명 계좌로 은닉한 불법 사채업자가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