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을 겨냥한 특검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여당은 “추석 밥상에 김건희 특검법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라고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대통령실은 “이전에 폐기된 법안보다 더 많은 논란 조항을 붙여 재발의한 것으로 국민도 이제 지쳤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는 이날 국회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했다. 야당이 처리한 김건희 특검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인사 개입 및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8개다.
여당 법안소위 위원들은 김건희 특검법에 담긴 수사 대상의 부당성·모호성·추상성 등을 문제 삼아 추가 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토론을 종결한 뒤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하자 반발해 퇴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의 수사 대상들이 특정되지 않고 단순히 언론에 의혹 한 줄 나왔다고 다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의혹 제기만 하면 뭐든지 특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등 야 5당이 공동 발의한 4차 채 상병 특검법도 이날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제3자 추천 특검법’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민주당 등 야당이 이 가운데 2명을 압축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것이 골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반영했지만 야당이 국회의장을 통해 후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달라 여당은 ‘수용 불가’ 입장이 명백하다.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11일까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12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오로지 대통령과 영부인 흠집내기에 몰두한 제1당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냐”며 “국민도 피곤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연초 거부권이 행사된 특검법보다 “더 악화했다”고 비판했다.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은 “분칠한 제3자 특검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