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제 35대 해군참모총장으로 김정수(해사 41기) 해군 대장이 취임했다. 김 참모총장에게는 앞선 참모총장들과는 다른 두 가지 특이한 기록이 있다. 우선 정권 교체 시기에 취임한 탓에 임기를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전역하면서, 역대 각 군 총장을 통틀어 최단명(162일) 총장으로 기록됐다.
눈에 띄는 또 다른 기록은 임기제 장성 진급자 출신 중에 처음으로 참모총장에 발탁됐다는 점이다. 김 총장은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과 참모차장(중장) 승진 시 임기제 진급을 했는데, 해군참모총장인 대장 진급까지 세 번 연속 임기제 승진이라는 보기 드문 기록을 세웠다.
임기제(任期制) 진급은 해당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할 대상자에게 임기를 둬 진급시키는 제도다. 그 근거는 군인사법 제24조의2(임기제 진급) 1항이다. 진급 최저복무기간의 복무를 마친 영관급 장교 이상인 사람은 인력 운영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전문인력이 필요한 분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위에 보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임기를 정하여 1계급 진급시킬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대만 있는 제도는 아니고, 민간에서(특히 공직사회)도 흔히 활용하는 제도다.
육군에서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진급 상한선이 있는 대령급 교수사관에게 사기 진작 차원에서 임기를 둬 준장인 교수부장으로 보임하기 위해 적용했던 제도다. 근래 들어서는 진급 심사에서 탈락한 각 군 영관급 및 장성급 장교에게 1계급 진급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주로 소령과 중령이 임기제로 중령과 대령으로 진급해 2년 정도 중령과 대령으로 근무하고 전역함으로써 사기 진작과 함께 1계급 높은 계급을 받아 전역하도록 활용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 연금의 수당을 높이이거나 장군 및 제독 등 명예를 위해 임기제로 진급하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국방무관직 가운데 최고 계급이 가는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을 선발할 때 사실상 준장으로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 장성급에게 임기제 소장으로 진급하고 임기가 끝나면 바로 전역하는 방식이다.
정식 진급은 아닌 임기제 장성 진급으로 보직의 특성상 국군방첩사령관 국방정보본부장, 육군군수사령관 등의 자리는 군단장 출신의 중장이 아닌 임기제로 진급한 소장이 자주 보임되는 케이스다. 육군 항공병과도 항공병과장 겸 육군항공사령관은 소장 계급이 임명되지만, 대부분이 임기제 진급이다. 또 여군 장성들도 대부분 병과 상관 없이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하는 경우가 많다.
해·공군의 경우, 소수인 특수병과(정훈·법무 등) 병과장이 임기제 대령으로 진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해군과 공군의 경우 참모총장의 참모 역할을 하는 특수병과를 육군처럼 장성으로 진급시킬 수가 없어서 특수병과에서 돌아가면서 장성급 준장을 달아주고 있다. 이 경우도 대부분 임기제 준장 진급이다.
주목할 점은 임기제로 장성에 진급하면 통상 2년 임기만 근무하고 전역해야 하지만, 임기가 연장되거나 심지어 1계급 진급하는 경우고 종종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군인사법 제24조의2(임기제 진급) 2항이다. 제1항에 따라 진급된 사람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그 임기가 끝나면 전역된다. 다만 그 직위에 다시 보직되거나 유사한 계통의 직위로 전직된 경우에는 다시 보직되거나 전직된 때부터 2년의 범위에서 국방부장관이 정하는 기간이 지났을 때에 전역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해당 직위에 다시 보직되거나, 전직될 경우는 임기 연장과 함께 1계급 진급도 가능한 것이다.
각 군 최고 보직인 참모총장과 대장급 사령관 자리는 사실상 임기제다. 육·해·공군참모총장, 육군지상작전사령관, 육군2작전사령관, 한미연합군부부사령관 6자리는 임기제처럼 통상 2년 임기가 부여되지만, 군서열 1위인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 영전하면 임기가 2년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처럼 임기제 장성 진급은 1계급 진급하고 끝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드물게 임기제 진급을 통해 두 번, 세 번까지 진급하고 최고 보직인 참모총장까지 진급하는 등 역대 정권 마다 다양한 케이스가 나오고 있다. 이를 통상 ‘연속 임기제 진급’이라고 부른다. 군인사법 제24조의2(임기제 진급) 2항에 근거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편법적 진급이라고는 할 수 있다.
연속 임기제 진급은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박용옥 전 국방차관,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의 정책통이 세 번 연속 임기제 진급으로 중장까지 진급한 경우가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류희인 대통령 위기관리비서관이 임기제 준장에서 또 다시 임기제 소장으로 두 차례 진급한 케이스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김종배 준장은 국방대학교에서 준장 보직을 지내다 임기제 진급을 통해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부사관학교장을 역임하고, 다시 임기가 연장돼 육군교육사령부 교육훈련부장을 지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다시 한번 임기제 진급을 통해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해 육군교육사령관을 역임 후 전역했다. 김 전 육군교육사령관은 임기제 진급을 통해 정권이 교체되는 상황에서도 세 번의 임기제 진급으로 임기가 연장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해 사이버사령관을 부임한 후 또다시 소장으로 진급해 국방부 정책비서관 및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성 배려 정책에 따라 여성 첫 보병소장인 정정숙 소장이 임기제 준장으로 진급한 이후 다시 임기제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부사관학교장이 됐다.
임기제 진급 제도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나왔다. 특이하게 임기제를 통해 세 번 진급한 후 정식 진급(대장)한 경우다. 임기제로 진급해 정식 진급은 첫 사례다. 앞서 설명한 김정수 전 해군참모총장이 소장, 중장을 연달아 임기제로 진급하고 마지막에 대장까지 진급을 하는 최초 기록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김 전 해군참모총장이 해군사관학교를 늦게 들어가 동기들 보다 두 살 많아 정년 문제로 임기제 진급을 시켰을 뿐 일반적인 임기제 진급자와 다르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 정권, 윤석열 정부에서도 임기제 장성 진급은 이어지고 있다. 임기훈 장군이 정부 윤석열 출범 직후 임기제로 소장으로 진급해 국방비서관을 역임하고, 다시 임기제로 중장으로 진급해 국방대학교 총장직을 맡고 있다. 정보병과인 원천희 합참 정보부장 겸 국방정보본부장도 임기제 소장으로 진급한 후 2년 임기 국방정보본부장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두 차례 임기제 진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