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며 은행이 각자의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이달 6일 은행의 자율적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한 데 궤를 맞춘 모습이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18개 국내은행 은행장들이 참석한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전제로 한 자금 등 위험 성향이 높은 대출에 대해서는 심사를 보다 강화하는 등 대출 포트폴리오를 건전하게 조정해나가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거래량이 회복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금융시장 안정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가계대출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권이 여신심사기준을 강화하고 자율적 리스크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개별은행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적 측면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올해 △1월 9000억 원 △3월 -4조 9000억 원 △5월 5조 3000억 원 △6월 4조 2000억 원 △7월 5조 2000억 원 △8월 9조 5000억 원으로 증가 추세다.
이 원장은 "최근 은행권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출수요자들은 불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이제까지 모든 은행이 동일하게 감독당국의 대출 규제만 적용하다 보니 은행별 상이한 기준에 익숙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지만 앞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장들에게 “현장에서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어떤 제약요인이 있었는지, 효과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기탄없이 의견을 주면 감독업무에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가계의 상환 부담 가중, 수요 부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면서 "앞으로도 가계부채를 적정수준으로 긴축해나가지 못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경제성장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국민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의 경우 주택 관련 대출 집중도가 높은 상황으로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주택가격 조정 시 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의 전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은행이 손쉽고 안정적으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부동산 부문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면서 혁신성장 부문으로의 자금공급은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은 가계대출 관리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건전한 여신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면서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는 한편, 정책성 대출에 대해서도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해 관리 방안을 수립하고 신용대출과 2금융권 대출 풍선효과에 대해서도 면밀히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