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가상자산 관련 첫 단독 법안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가상자산 이용자의 권익 보호 및 가상자산 시장 투명화,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가상자산 이용자 자산의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등을 다루고 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용자의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호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사업자 등에 대한 감독·검사·제재 권한 및 불공정거래행위자에 대한 조사·조치 권한 규정 등이다.
그런데 이법은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최초 ‘가상자산’ 법안에 대한 논의가 오갈 때에는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업권법이 제정되리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단 22개의 조문만으로 구성됐으며 이용자 자산 보호와 시장 질서 확립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상자산은 아직 하나의 산업으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또 법안을 통해 가상자산의 정의와 규제 범위가 명확하게 설정돼야 했지만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3년 전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규정된 가상자산의 정의와 가상자산사업자 범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법인 투자를 제외하고도 미국과 일본에 이어 3위에 이를 정도로 큰 시장이지만 가상자산 제도 정비는 몸집에 맞지 않게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유럽에서는 2023년 6월 암호자산규제법(MiCA)이 27개 회원국의 합의를 얻어 유럽의회를 통과했다. MiCA는 그 전문에서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 기술은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 전체의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이므로 암호자산 산업을 성장시키고 암호자산 관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회원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규제를 만든다’고 명시하고 있다.
3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가상자산 관련 용어를 표준화하기 위한 가상자산 분류법안을 미 의회에 발의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규제 적용 기준을 명확히 하는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이 통과되면서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 △제한된 디지털 자산 △결제 스테이블코인으로 분류하고, 각 자산 규제를 담당할 기관을 명시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인프라 혁신과 디지털 자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도 늦지 않게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발행, 유통, 인프라와 관련된 체계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전 세계 8위 자산군으로 부상한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취급 허용과 같은 행정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다양한 기초자산과 혁신적인 금융상품의 개발을 위한 토큰증권 법제화를 위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 가상자산의 발행, 그리고 가상자산이 유통될 수 있는 시장을 산업으로서 보호하는 업권법 제정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의 혁신과 성장을 촉진하고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와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블록체인 시장에서 국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내 가상자산 제도의 현황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등 정책 방향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