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주 4일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근로시간 단축을 성공적으로 한 대표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의 성공 비결은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업의 비용 증가와 근로자의 임금 감소를 재정적으로 지원한 점이다.
10일 주 4일제 네트워크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회에서 연 ‘주 4일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프랑스의 사례가 발표됐다.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에 따르면 프랑스는 1998년 주 35시간제가 법률로 시행됐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도입한 우리나라의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 보다 5시간 짧다. 주 35시간제 법률은 당시 마르틴 오브리 노동부 장관의 이름을 딴 오브리법이다. 이 법은 현장 혼란을 고려해 사업장별 규모를 나눠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2000년에는 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에, 2002년에는 근로자 20인 미만 사업장으로 넓혀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주 52시간제 안착 방식과 비슷하다.
눈여겨볼 점은 프랑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에 나선 노사에 상당한 재정 지원을 뒷받침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인 사업장에서 신규 채용, 고용 유지가 이뤄지면 사회보장분담금 7년치를 경감하는 방식으로 도왔다. 특히 프랑스는 주 35시간제 이전 주 39시간제 수준의 임금을 받도록 최저임금을 통한 지원도 폈다. 주 39시간 최저임금은 월 6882프랑이었다. 주 35시간 근로를 하면 6717 프랑과 별도 수당인 706프랑을 지급했다. 최저임금이 일정 수준 인상될 때까지 보조수당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일종의 ‘안전판’을 둔 셈이다. 김 소장은 “2002년 주 35시간제에 대한 최초 평가 보고서를 보면 30만개 일자리가 창출되고 단체협약 협상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 4일제 네트워크는 이날 2030년까지 근로시간 단축과 주 4일제 도입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학술대회, 입법 활동을 통해 2027년부터 주 36시간제를, 2030년부터 주 32시간을 시행하겠다는 목표다. 국회에서 입법 역할은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이 주도한다. 야당은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해왔다.
하지만 토론회에서는 주 4일제에 대한 찬반이 엇갈렸다. 찬성하는 쪽은 노동계다. 양대노총 측 참석자들은 우리나라가 근로시간을 줄여야 할 장시간 근로국가인데다 청년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무엇보다 일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변화상을 반영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영계를 주축으로 반대하는 주 4일제에 대한 반대 측은 우리나라가 장시간 근로 국가이란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노동생산성이 낮은 상황에서 근로시간이 줄면 기업 경쟁력이 저하되고 인력난을 가중할 것이란 우려도 컸다.
노사 모두의 우려는 근로시간 단축이 우리 사회 양극화를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근로자가 임금 손실없이 근로시간을 줄일 경우 중소기업·시간제 근로자와 임금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를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한진선 고용노동부 임금근로시간과 과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논의는 공감한다”면서도 “연차휴가, 유연근무제 등 우선 현행법과 제도의 활용을 높여야 한다”고 사실상 주 4일제에 대해 반대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에게 제공된 복지혜택을 모두 더한 사회임금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워라밸과 노동자 개인의 자유가 향상된다”며 사회복지 수준 제고가 우선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