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중소 은행 연쇄 파산 사태를 계기로 마련하고 있는 은행권의 자본 규제 강화 방안이 당초 검토된 수준보다 대폭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연방예금공사(FDIC)·통화감독청(OCC) 등 은행 규제당국이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G-SIB)’로 지정된 8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자본금 요건을 9% 상향 조정하는 규제안을 10일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연준이 예고했던 요건(16%)와 비교하면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G-SIB에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이 포함된다.
지난해 미국 규제당국이 자본 규제 방안을 예고한 후 은행권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전방위 로비전을 펼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완화된 규제안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이사회 내에서 보다 폭넓은 지지를 얻어내는 데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파월 의장은 규제안과 관련해 은행권과 장기적인 법적 공방을 피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의 파산 사태 이후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규제 마련에 나섰다. 연준과 규제 당국은 지난해 7월 자산 규모 1000억 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재무 건전성 지표인 자본금 비중을 16%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규제안 초안을 제시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다만 일각에서는 완화된 규제안조차 최종적으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이 최대 변수다. 미국 연준에서 은행 규제 담당 변호사를 지낸 제러미 크레스 미시간대 교수는 “규제 기관들이 내년 차기 대통령의 취임식 전에 규제를 확정한다고 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규제안의) 시행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의회검토법(CRA) 결의안을 통해 규제를 뒤집거나 폐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