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국보 '무령왕비 은팔찌'를 포함한 유물들을 통해 백제 문화에 깃든 용(龍)의 의미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다. 비와 바람을 일으키는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여겨졌고, 지배자를 상징하는 존재이자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믿음도 있었다.
10일 국립공주박물관에 따르면 '상상의 동물 사전 - 백제의 용' 전시회가 이날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진행된다.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용에 대한 백제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볼 수 있다. 책의 한 부분처럼 꾸며진 전시장에서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용·봉황 장식의 큰 칼부터 용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자루솥, 용무늬 벽돌 등 유물에 담긴 다양한 모습의 용을 만날 수 있다. 나선민 국립공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9일 열린 전시 설명회에서 "옛사람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신과 같은 존재를 믿었는데 그렇게 만들어 낸 존재 중 하나가 용"이라고 설명했다.
무령왕비의 왼쪽 팔 부근에서 발견된 한 쌍의 용무늬 은팔찌는 백제의 용이 담긴 귀한 자료 중 하나다. 팔찌 바깥면에는 발이 셋 달린 용이 새겨져 있으며 제작 시기와 만든 사람의 이름, 무게 등의 정보가 기록된 삼국시대 유일한 팔찌로 의미가 크다.
백제인의 사상과 내세관이 투영된 받침 있는 은잔에는 용을 비롯한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무령왕릉보다 이른 시기인 5세기 무렵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은 발등 부분에 부착된 용머리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연구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제 뿐만 아니라 주변 국가의 용과 관련된 문화를 함께 다룬다. 낙랑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는 금실과 금 알갱이를 이용해 화려하게 장식한 용 7마리가 돋보이는 유물이다. 경주 미추왕릉 앞에 있는 무덤에서 발견한 보물 '도기 서수형 명기'는 곳곳에 뾰족한 뿔이 달려 있고 혀를 길게 내민 모양이 독특해 고대 사람들이 생각한 용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전시에 맞춰 용의 문화적 의미를 주제로 한 특별 강연회를 두 차례 열 계획이다. 매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 토요일에는 가족 체험 행사도 연다.
박물관은 "백제인이 남긴 단서를 모아 '용'이라는 주제 아래 사전의 형태로 엮어낸 전시"라며 "백제인이 상상한 용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