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 장기 수령을 유도하기 위해 종신형 개인연금에 적용하는 분리과세율을 4%에서 3%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퇴직금을 20년 이상 장기연금으로 수령하는 경우에도 추가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장기연금 수령을 유도하고 국민들이 안정적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개인연금을 적극 세제 지원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개인연금 장기 수령 시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종신 수령 시 세율을 3%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개인연금은 세액 공제받은 기여금과 운영 수익이 연금 수령 시 기준으로 연 1500만원 이하이면 저율 분리과세 된다. 확정형으로 수령하는 경우 70세 미만은 5%, 80세 미만은 4%, 80세 이상은 3%의 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종신형으로 받으면 4%(80세 이상은 3%)의 세율이 적용된다.
기재부는 65세인 소득자가 매년 1500만원의 개인연금을 종신 수령하는 경우라면 기존에는 60만원(지방소득세 제외)의 세금이 원천징수되지만 앞으로는 45만원만 내면 된다. 1년에 15만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는 "퇴직소득 개인연금 계좌 불입 시 20년 이상 수령하면 세금 감면 50% 구간을 추가하겠다"고도 했다.
현행법상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 소득세가 매겨지지 않고 이연된다. 연금을 수령할 때 10년 이하는 이연된 퇴직소득세의 70%, 10년 초과는 60%만 분리 과세하고 있다. 정부는 여기에 20년 초과 구간을 신설해 이연된 퇴직소득세의 50%만 분리과세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퇴직금 3억원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이체해 1700만 원의 퇴직소득세 전액이 이연된 근로자가 매년 1000만 원씩의 연금을 수령할 경우 20년 이후 34만원(지방소득세 제외)인 세금이 28만원으로 6만원 낮아진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 과세방식도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할 뜻을 밝혔다.
최 부총리는 “조세 공평성을 높이고 과세 체계의 일관성과 국제적인 추세를 감안해 상속세 과세 방식에 대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에 유산취득세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며 말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의 총액에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보다 세금 부담이 덜하다. 상속세에 누진세가 붙는 만큼 절세에 더 유리하다.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그동안 기재부의 세법 개정안에는 담기지 않았다.
최 부총리는 과세표준 산정 방법과 상속인별 공제액을 쟁점으로 꼽았다. 그는 “유산취득세는 각 상속인이 취득한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기에 상속인별 과세표준 산정이 핵심”이라며 “민법과 재산 분할 관행을 검토하고 실제 분할 결과를 최대한 반영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돌아가신 분 기준의 유산세 형식이기에 납세 편의 측면에서 5억 원을 일괄 공제하고 있는데 유산취득세가 도입되면 일괄 공제는 폐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야당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강행하고 있는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간 충분한 논의 없이 통과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소비 진작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여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밸류업 정책 측면에서 정부가 검토 중인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재계 우려를 완화하면서도 주주들을 실효성 있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정부 입장을 정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해 금융 당국과 정부 간 메시지가 일관되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이나 금융위원장이나 저와 생각이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