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구조로 국내 고령가구들이 일을 하지 않으면 적정 소비를 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령가구 30%는 미래 적정소비를 충당할 자산이 부족한 만큼 주택연금 활성화와 함께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으로 금융자산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11일 자본시장연구원 김재칠 선임연구위원과 김민기·정희철 연구위원은 ‘인구 고령화와 자본시장’을 주제로 열린 개원 27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고령가구가 일을 하지 않을 경우 재산 및 연금소득으로 적정소비를 충당할 수 없다”며 “그동안 고령가구는 일을 지속하고 실제 지출을 크게 줄임으로써 양의 저축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고령가구의 삶의 질이 저하됐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위원 등이 분석한 결과 한국 고령가구는 평균적으로 적정 수준보다 소비를 10~30% 축소했을 뿐만 아니라 고령일수록 적정소비보다 실제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산이 많더라도 소득이 적으면 적정소비 대비 실제소비 격차가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미래 적정소비를 충당할 자산이 부족한 고령가구 비중이 30%에 이르는 만큼 적정 자산규모도 부족하다.
연구진은 75세 이상 고령가구 자산의 69%가 부동산인 만큼 이를 활용해 소비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김민기 연구위원은 “부동산 보유 성향은 정책으로 쉽게 바꾸기 힘든 과제인 만큼 주택연금제도 개선 등으로 부동산 연금화를 촉진해 고령층 소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다양한 금투상품을 활용해 효율적인 금융자산 관리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황현영·노성호 연구위원도 부동산에 편중된 고령층 자산 문제의 대응책으로 주택연금 지속성 확보를 제시했다. 현재 주택연금은 55세 인구, 공시지가 12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가입자가 원하는 지급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가입자 수는 증가 추세지만 자가보유가구 대비 가입률은 0.2~1.8%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만 가입자가 증가할수록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어려워지는 딜레마도 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주택연금의 가입 조건, 지급 조건, 상품 구조, 보증 등이 모두 정부 책임”이라며 “정부가 제도 설계나 지급 보증 한도를 설정하는 등 규제를 하고 자본시장은 시장 수요에 맞는 상품을 설계·판매하는 등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이윤수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인구 구조 변화가 금융 산업의 수익성, 건전성 약화와 수요 기반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서 장수 리스크가 자본시장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도 우리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제 가치를 인정받고 투자 유인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정책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