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진보 진영이 후보 단일화 방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유력 후보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출마를 두고 내부 분열 조짐마저 일고 있어 자칫 진보 후보들의 단일화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보수 진영 후보 단일화 기구인 ‘2024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는 이달 6일부터 단일화 방안 협상에 나섰지만 이날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추진위에 후보로 등록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김경범 서울대 교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 등 진보 진영 인사 8명은 여론조사 기관과 질문 내용, 여론조사 반영 비율 등에 있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사퇴 요구를 받는 곽 전 교육감이 후보들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아 진보 진영의 단일화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CBS 의뢰로 이달 8∼9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방식을 통해 조사한 결과 진보 성향 후보 중 곽 후보가 선호도 14.4%로 1위를 기록했다.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12.2%),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8.4%)이 뒤를 이었다. 곽 전 교육감은 경선 룰에서 여론 조사 비율을 높이면 유리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다른 후보들이 이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전 교육감은 앞서 2010년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대가로 2억 원의 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2012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확정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이후 2019년 문재인정부에서 특별사면을 받아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그러나 당선 무효로 인한 선거 보전 비용 약 35억 원은 아직 다 반납하지 않았다.
진보 진영 내부에서도 곽 전 교육감의 출마를 두고 분열하는 양상이다. 같은 진보 진영 후보로 거론되는 김용서 위원장은 전날 ‘곽노현 사퇴 촉구 입장문’을 배포하며 “후보 자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고 있다”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곽 전 교육감 출마는 시민의 상식선에서 볼 때 여러모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곽 후보는 “법치주의 관점에서 저에게 적용된 조항은 문제가 많다”고 당선 무효형을 비판하며 사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