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 맞고 40분 심정지 왔던 교사, 기적의 생환…“두 번째 삶 선물받았다”

지난달 5일 낙뢰 맞고 심정지
전남대병원 이송돼 응급 처치
“응급실 교수, 두 번째 아버지”
발전 후원금 1000만 원 기탁

지난달 낙뢰를 맞은 김관행(오른쪽)씨가 건강을 회복한 뒤 2일 퇴원하며 자신을 치료해준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남대병원

“벼락 맞은 전날부터 거의 10일간 기억이 전혀 없어요. 심장도 40여 분간 멈추고 장기도 다 망가졌을 텐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해준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님을 저의 두 번째 아버지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29세 김관행 씨)


지난달 낙뢰를 맞아 한때 심장이 멈추기도 했던 20대 교사가 사고 28일 만에 건강을 회복했다.


전남대학교병원은 “지난달 낙뢰를 맞아 쓰러진 김관행(29)씨가 16일간의 중환자실 치료 뒤 28일 만인 이달 2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 교사로 재직 중인 김씨는 지난달 5일 광주의 한 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사고 당일은 광주·전남지역에 3000번에 가까운 낙뢰가 관측된 날로 김씨도 당시 낙뢰가 나무에 떨어질 때 옆을 지나가다 감전된 것으로 추정됐다.


김씨는 사고 직후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이미 심장이 멈춘 지 40분가량 지난 상태였다. 심장은 멎은 후 5분이 지나면 혈약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뇌 손상 가능성이 커진다.


김씨의 치료를 책임진 조용수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정지가 장시간 진행된 탓에 심장과 폐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응급실에서 급하게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시행했다”며 “솔직히 처음에는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지만 환자가 젊은 데다 우리 병원 응급실로 온 만큼 최선을 다해 살려내고 싶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씨는 3일간 에크모로 심장과 폐의 집중 치료를 받았다. 입원 첫날 다발성 장기부전과 피가 멎지 않는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C)까지 오면서 최악의 상황까지 직면했지만, 김씨는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입원 10일 만에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었다.


전남대병원 측은 “대부분의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심장혈관흉부외과나 순환기내과에서 에크모를 사용하지만, 우리 병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도 에크모를 다루고 있어 신속한 처치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장기간 입원으로 인한 섭식 장애, 근력 감소, 발뒤꿈치 피부 손상 등으로 아직은 거동이 불편해 학교 복귀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낙뢰를 맞은 김관행(오른쪽)씨가 건강을 회복한 뒤 2일 퇴원하며 자신을 치료해준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전남대병원

김씨는 “두 번째 삶을 선물 받았다”며 “응급중환자실에서 힘든 치료 과정을 버틸 수 있게 도와주신 간호사 선생님들, 아들의 회복을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 동생에게 감사하며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하루하루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의료진과 가족 등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조 교수는 “낙뢰 환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만큼 진료 경험이 쌓이기 어려워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편에 속한다”며 “환자는 낙뢰 손상뿐 아니라 심정지 후 증후군도 함께 동반돼 치료가 더욱 쉽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에크모 치료를 선택했는데 무엇보다 환자의 살고자 하는 의지와 정신력이 매우 강해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퇴원 후 지난 4일,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발전 후원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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