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지난 8월초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급락한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자, 상장사 임원 가운데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곳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올 3분기 실적 하락에 대한 우려로 최근 52주 신저가 기록를 갈아치운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이 대표적이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해당 주식의 저평가를 의미하는 만큼 주가 상승의 시그널로 받아 들여지지만 증시 자체의 상승 동력이 부족해 상장사 주가 흐름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에 따르면 급락세가 나타났던 지난 8월 초 이후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임원·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를 통해 임원이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기업은 18곳이다. 비중으로는 36%나 된다. 그만큼 최근 시총 상위 종목의 주가 급락이 많았다는 의미다.
임원의 자사주 매입 건수는 삼성전자가 7회로 가장 많았으며, 네이버·메리츠금융지주도 5회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하이닉스(2회), 현대차(2회), 카카오(1회), 하나금융지주(3회) 등 다양한 기업 임원들이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보고했다.
가장 많은 수의 주식을 장내 매수한 임원은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었다. 그는 이달 5일 장내 매수를 통해 주당 7만 3900원에 자사주 1만 주를 취득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 기준 6만 9000원으로 7.1% 높은 금액으로 주식을 매입한 셈이다.이날 박학규 사장도 총 60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취득 단가는 6만 6850원으로 총 4억110만 원어치를 매입했다. 노태문 사장은 이달 10일 총 3억 5000만 원 가량을 들여 주당 6만 9500원에 5000주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과 노 사장 모두 종가 대비 각각 0.83%, 2.96%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샀다.
창업주의 사법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는 카카오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달 13일과 14일 2회에 거쳐 총 2773주를 장내 매수했다. 각각 주당 3만 7000원에 1389주, 3만 7100원에 1384주를 취득하며 약 1억 274만 원어치를 샀다. 지난달 14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1.10% 상승한 3만 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초 대비 주가가 10% 가량 빠진 네이버 임원들도 최근 한 달간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달 6일 1244주를 주당 16만 원에 장내 매수했다. 같은 날 구동현 부문장과 이상철 부문장도 각각 317주, 500주를 샀다. 이일구 부문장도 이달 9일 주당 15만 8900만 원에 315주를 장내 매수했다.
전문가들은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일반 주주들에게 주가가 반등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의 주가가 시장 전망치보다 과도하게 떨어진 상황”이라며 “회사 차원에서 주가 부양의 의지를 보인 셈이지만 시장 자체가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만큼 신중한 접근이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