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실패' 이 나라, 응급실 대기하다 연 1.4만명 죽는다

영국 공공의료 시스템 위기 봉착에 대대적 개혁 예고
스타머 총리 "10년 계획으로 개혁, 개혁 아니면 죽음"

영국 런던의 킹스 칼리지 병원 앞에 앰뷸런스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에서 병원 응급실의 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연 1만 4000명이 사망하는 등 공공의료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자 영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공공의료 시스템인 국민보건서비스(NHS) 개혁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을 예고했다.


12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고든 브라운 정부에서 보건부 부장관을 지낸 아라 다지 상원의원은 정부 의뢰로 발간한 조사 보고서에서 "NHS는 위태로운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7월 초 총선 기간 최대 현안의 하나였던 공공의료 악화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머 정부가 출범 직후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영국의 공공의료 체계는 공공재정을 투입해 국민들이 치과 치료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2010년만 해도 70%에 달했던 NHS 만족도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래 최저인 24%로 떨어졌다.


보고서는 "잉글랜드 응급실(A&E)의 긴 대기가 연 1만4000명의 '추가 사망'을 야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응급의료협회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이는 NHS가 설립된 1948년 이후 영국군 전사자 수의 두 배를 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8주 이내에 받아야 할 병원 진료를 1년 넘게 기다리는 사람의 수는 2010년 2만명에서 30만명으로 15배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이후 직원 수가 17% 증가하는 등 병원 자원이 늘었는데도 병원의 생산성은 11.4%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2010년대 정부의 재정 긴축, 자본투자 부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등을 병원 효율성 저하의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370억 파운드(62조8000억원) 부족한 자본투자로 NHS에 "허물어지고 있는 건물, 빅토리아 시대 병실에 수용된 정신질환자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도 악화해 올해 초 기준 건강 문제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280만명이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암 사망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연설을 앞두고 미리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적 개혁에 나설 용기"라며 "반창고를 붙이는 식이 아닌 대대적 수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NHS는 갈림길에 섰다. 노동자의 세금을 올리거나 개혁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낼 여유가 없음을 알기에 개혁 아니면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10년 장기 계획을 세워 고령화의 더 많은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NHS', 과부하가 걸린 병원에서 지역사회 시설로 치료 이전, 질병 예방 중심의 공중 보건 등을 추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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