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잠깐이라도 매출이 늘기를 기대했는데 매출 증대는커녕 손님들 찾아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울시내 A전통시장 관계자)
추석 대목을 맞아 활기가 돌아야 할 전통시장이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의 확장 속에 올해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까지 겹쳐 손님들이 발걸음이 끊기자 시장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서울경제신문이 분석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 전통시장은 총 1388곳에 달했다. 지난해 말 1408곳이었던 전통시장이 불과 8개월 만에 20곳이나 감소했다. 전통시장이 2022년 1401곳, 2021년 1413곳이었다는 점을 볼 때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전국 대형 전통시장의 공실률도 최근 들어 30%를 넘는 곳이 속출하는 등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매출과 구매 고객 수 전망도 어둡다. 통계청이 발표한 ‘전통시장 부문별 실적 및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전통시장의 경기 전망 BSI는 88.7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포인트 하락했다. BSI는 ‘기업경기실사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 악화 전망이 경기 호전 전망보다 우세함을 의미한다. 올해 9월 전통시장 매출과 구매 고객 수 전망 또한 각각 90.2, 91.1을 기록하며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통시장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으로 낙후된 시설과 접근성 부족 등이 꼽히지만 최근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가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aT도매유통정보시스템의 33개 전국 공영 도매시장 평균 경락가격을 분석한 결과 대표 채소류 10종(시금치·무·양파·마늘·당근·오이·배추·대파·풋고추·감자) 중 7종이 지난해 9월에 비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김성숙 계명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청년 세대를 포용하면서 탈바꿈하는 전통시장은 생존하지만 답보하는 전통시장은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 이용자의 고령화를 극복하고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상품 다양성과 질을 높이는 등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