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정지 제도의 운용에 관한 제언 [안성훈 변호사의 ‘행정법 파보기’]

안성훈 법무법인 법승 변호사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문화진흥회 차기 이사진 임명을 한 것에 대해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집행정지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제도 운영에 대한 개인적인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행정처분에 대해 불만이 있을 때 행정구제 절차를 이용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행정소송·심판이다. 그런데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행정처분의 효력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처분이 권한 있는 기관에 의해 취소되거나 해당 절차를 멈추는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이상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 반면 독일에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행정처분이 정지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인가? 소용이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 집행정지 신청이다. 이는 ‘소송 등의 불복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얼마간은 행정처분도 정지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면 법원이나 행정심판위원회는 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행정소송의 경우)나 중대한 손해(행정심판의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공공의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를 고려해 집행정지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명문화된 기준은 아니지만 본안에서 승소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된다.


행정소송의 경우 제소부터 제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적으로 6개월이 넘게 걸린다. 이 기간 동안 행정처분의 효력이 유지된다면 대부분 소송 제기의 실익이 없어질 수 있으므로 집행정지 제도는 권리구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행정처분의 집행을 다소 연기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즉시 집행될 경우 당사자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집행정지의 타당성이 인정된다. 하지만 행정처분이 집행되는 시점 자체가 중요한 경우에는 집행정지가 인용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다.


법원 실무를 보면 대체로 행정처분의 효력이 임박한 경우, 집행정지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고 심문 등 절차를 거쳐 다시 종국적인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다. 예전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이 끝나는 시점(종기)를 ‘제1심 판결 선고시까지’로 정하는 관행이 있었으나, 판결 선고 직후 행정처분이 되살아나면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제1심 판결 선고일부터 30일까지’과 같이 일정 기간을 정하는 추세다. 이와 같이 판결 선고일을 기준으로 집행정지의 종기를 정하는 실무는 여러 가지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예를 들어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는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소송을 최대한 끌어서 영업을 계속하려는 경제적 동기가 클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송이 지연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집행정지 제도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집행정지를 인용해주되,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본안심리와 집행정지를 연동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집행정지의 종기를 제소일부터 6개월 이내로 정하고, 본안 소송의 진행에 따라 갱신하는 방식이다. 본안에서 충실하게 변론이 진행되는 경우에는 집행정지 기간을 갱신하는 결정을 하되, 원고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기존의 결정이 갱신없이 종료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집행정지의 신청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허용하되 그 기간을 제한하고 사법적 심사가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집행정지의 계속 진행을 검토하는 방안으로 운용한다면 집행정지 제도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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