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에도 어렵다" 불붙는 가계빚에 한은 피벗 안갯속

가계부채 위험성 심각한데 시중 유동성까지 늘어
피벗 후퇴 가능성도…"금리인하 조정 속도 고려"

서울 시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이 과거 네 차례 집값 급등기와 비슷하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시중 유동성이 또다시 증가해 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가계부채 비율이 금융 부문을 위협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12일 발표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최근 상황을 과거 수도권 주택 가격, 가계부채 확장기와 비교해 보면 유사한 점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면서 한은은 “서울 등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비(非)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 불균형 우려, 대출금리 하락,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명목 주택 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했다. 또 서울의 주택시장위험지수는 7월 현재 1.11로 ‘고평가’ 단계(0.5∼1.5)다. 다만 과거와 달리 현재 전세가율이 낮아 ‘갭투자’ 비중이 아직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이 같은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인해 가계부채 위험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2021년 3분기 99.3%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1분기 92.1%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가계대출이 매월 5조~6조 원 증가 추세를 이어간다면 가계부채 비율은 4분기 92.6%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9조 원 넘게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향후 집값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단기적으로 불안이 이어져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와 내년 이후까지 수도권 주택시장 과열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함께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집값이 치솟는 가운데 시중 유동성까지 늘었다. 한은에 따르면 7월 광의통화(M2)는 평균 잔액 기준으로 전월보다 16조 3000억 원(0.4%) 늘어난 4053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 증가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6.2%로 2022년 10월(6.4%) 이후 증가율이 가장 컸다. M2 증가는 수익증권이 한 달 새 10조 8000억 원 불어난 영향이 컸다.


이승헌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M2가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늘었다고 해도, 전체량과 증가폭을 보는 게 중요하다"며 "6월에 이어 M2 (전년 대비) 증가율이 6%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건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점도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인해 당초 전망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는 연내에는 10월 11일과 11월28일 두 차례 남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두차례 기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한은이 부동산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를 높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번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황건일 금융통화위원은 “금리 인하가 성장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두 목표의 상충 정도를 최소화하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거시 건전성 규제의 적절한 조합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3개월 내 금리 동결을 전망한 2명의 위원이 같은 보고서에 “부동산 관련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 시차가 있는 만큼 11월까지는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피벗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박종우 부총재보는 “시장금리가 연내 2회 인하 기대를 반영하고 있는데 향후 정책 여건과 과거 사례에 비춰 볼 때 과하다고 본다”고 강조헀다. 이어 그는 “주요국에 비해 한국은 금리를 먼저 올린 대신 덜 올리면서 물가 안정을 달성했다”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도 조정의 폭이나 속도에 대한 기대를 형성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