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유가에 정유업계 3분기 실적 ‘비상’

OECD, IEA 등 올해‧내년 석유 수요 전망치 하향
9월 정제마진도 8월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
손익분기점 밑도는 정제마진에 재고평가손실도 ↑
에쓰오일, 3분기 전사 적자 기록 전망까지 등장

서울 마포구 S-Oil 본사 사옥. 사진 제공=S-Oil

국제유가가 9월 들어 1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3분기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적자를 볼 위기에 놓였다. 국제 에너지 기구들이 연달아 올해와 내년 석유 수요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면서 정유 업황이 단기간 내 반등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16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 10월물 가격은 14일(현지 시간) 배럴당 68.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70~80달러 선을 유지했던 WTI는 이달 10일 배럴당 65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9월 들어 꾸준히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정유 업계와 깊은 연관성을 보이는 두바이유 9월물 가격 역시 13일(현지 시간) 연저점 수준인 배럴당 72.64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의 수요는 경기 상황과 밀접한 연관을 보이는데, 중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침체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현재 유가에 선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ECD)는 9월 정기보고서를 통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 배럴에서 203만 배럴로 낮췄다. 내년 수요 역시 기존 하루 178만 배럴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174만 배럴로 하향했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국제기구는 올해와 내년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낮췄는데, 중국의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를 언급했다”며 “IEA는 중국의 전기차 판매 급증과 같은 운송 수단 변화도 원유 수요 둔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GS칼텍스 전남 여수공장에서 한 직원이 공장 외부의 안전 상태와 외부인의 침입 등을 감시하기 위해 드론을 띄워 확인하고 있다. 사진 제공=GS칼텍스

9월 국제유가의 가격이 뚝뚝 떨어지면서 정유 업계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유 업계의 정유 부문 이익은 크게 정제마진과 재고 평가손익으로 나뉜다. 이 중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석유 제품의 가격에서 원유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값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문제는 정제마진이 지난달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9월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1.4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4.32달러를 나타냈던 지난달에 비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까지 복합정제마진은 평균 배럴당 6달러 수준을 나타냈고 손익분기점은 4.5달러로 알려졌는데, 이보다 한참이나 낮은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또 정유사의 실적에는 유가 수준에 맞춰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유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치도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초 S-Oil(010950) 종목 분석 보고서를 통해 S-Oil이 3분기 217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 평균 추정치인 3493억 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성수기임에도 유가 하락으로 인해 재고평가손실이 예상되는 반면 정제마진의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유부문 적자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 부문 3분기 실적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라며 “특히 S-Oil은 유가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선입선출법으로 재고를 평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자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