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역대급’으로 불어났던 가계대출이 9월 들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끝나면 곧바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하는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통상 명절을 지낸 후 이사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아 9월 남은 기간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추석 전과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2일 727조 4877억 원으로 8월 말보다 약 2조1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같은 기간 동안 증가액이 4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은 8월 같은 기간 대비 약 6000억 원, 신용대출도 9000억 원 이상 증가액이 감소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달 들어 첫 5영업일 기준 가계대출이 은행권 기준 1조 1000억 원 늘었다”면서 “전달 같은 기간에 비해 증가 폭이 절반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은행권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감속 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출 한도를 최대 수 천 만원 줄이는 스트레스 DSR 강화에 은행들이 이달 초부터 한도는 물론 대출 대상을 제한하는 규제를 줄줄이 시행한 것이 대출 수요 감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가계대출이 일단 주춤하면서 금융 당국과 은행의 가계대출 잡기 총력전도 일단 숨 고르기에 접어들었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속도가 9월 이후에도 잡히지 않을 경우 ‘더 쎈 카드’를 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화된 대출 규제 카드 가운데 하나는 스트레스 DSR 3단계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 부동산에 모두 스트레스 금리 1.5%포인트를 적용한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제 2금융권에서 취급하는 모든 대출에 적용된다. 전국적인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21년 때 등장했던 대출총량제도 금융 당국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
그러나 일단은 수치 상 이달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가 소강 상태에 접어든 만큼 추이를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도 12일 간담회에서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지속된다면 추가 조치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더 보고 판단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면서 “정량·정성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보고 추가 조처를 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관건은 아직도 뜨거운 부동산 수요가 가계대출 관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여부다. 추석 직후 나타날 가계대출 규모 등 몇 차례의 고비가 가계대출 향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