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최대 위기에 빠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결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했다. 또 유럽과 아시아에서 진행 중인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인텔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구조조정 방안을 16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인텔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 중 하나이며 반도체 제조(파운드리)와 설계를 분리해 운영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올해부터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해 별도의 재무 실적을 발표해왔는데, 자금 조달 및 고객 신용 확보를 위해 이를 완전히 분리해 독립 자회사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두 사업부 분리를 확대하면 제조 부문이 독립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독립성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BC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외부 자금 조달 외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해 별도의 상장회사로 만들 것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분석가와 투자자들이 인텔에 파운드리를 분리‧매각하는 방안을 권장했으나 그 수준까지의 위험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인텔은 겔싱어 CEO가 수장에 오른 이후 파운드리 사업의 본격 재진출을 선언하며 투자해왔다. 2년간 투자된 자금만 250억 달러(33조 3000억 원)이다.
인텔은 독일과 폴란드의 공장 프로젝트를 2년간 중단하고 말레이시아의 제조 프로젝트 역시 보류하기로 했다.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생산업체인 알테라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가됐다. 알테라는 인텔이 2015년 인수한 기업으로 반도체 칩을 다양한 용도로 맞춤 제작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인텔은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파트너십을 연장하고 AWS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용 맞춤형 칩을 생산하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인텔 칩을 이용하는 고객으로 인텔의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제온’도 구매하게 된다. 거래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텔은 또 조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국방부에 공급할 군사용 반도체 제조를 위해 최대 30억 달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시큐어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로 불리는 이 기밀 계획은 군사와 정보 분야에 사용할 첨단 반도체의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는 인텔이 지난 3월 미 반도체 산업 활성화와 아시아 국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반도체법에 따라 지원받기로 한 85억 달러와는 별개다. 겔싱어 CEO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사력을 다해 싸워야 하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실행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비판자들을 잠재우고 우리가 달성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