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도로는 도로 아니다?…사고 나도 벌점은 못주는 이유는

경찰, '도로 외 구역'으로 판단…일부 도로로 본 대법 판결도

연합뉴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미술관 앞 편도 1차선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다.


사고는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가 앞에서 주차하기 위해 후진하던 차량을 보지 못하고 들이받으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들이받힌 차량 운전자 박모(40)씨와 함께 차에 탔던 생후 20개월 아들이 골반과 목 등에 경상을 입었다.


박씨는 가해자가 '다른 차를 앞지르려면 앞차 좌측으로 통행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제21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를 입건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확실하고, 음주운전과 중앙선 침범 등 주요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없고, 보험처리가 가능한 경우 입건하기 전에 사건을 종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불입건 결정을 한 것은 캠퍼스 내 도로를 통상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 '도로 외 구역'으로 보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행법은 형태성·공개성·이용성·교통단속권을 갖춘 곳을 도로로 본다. 법원도 사건마다 네 가지 요건을 따져 도로로 볼지 말지를 결정한다.


경찰은 요금소와 차단기 너머에 있는 서울대 순환도로를 일괄적으로 '도로 외 구역'으로 판단한다.


경찰 관계자는 "요금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이 떨어지는 공간이라고 보고 있다"며 "대학이란 공간의 특수성을 감안해 아직 교통단속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도로 외 구역이라고 해서 경찰이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느 교통사고와 마찬가지로 경위와 원인 등을 조사하는데 교통단속권이 미치지 않는 만큼 범칙금이나 벌점을 부과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부 캠퍼스 내 도로를 도로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도 있어 캠퍼스 내 도로를 일괄적으로 도로 외 구역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대법원은 1997년 아주대학교 장례식장 앞 도로와 관련된 사건에서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공개된 장소"라며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06년에는 서울정수기능대학 내 도로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일반교통에 사용되는 곳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캠퍼스 내 도로라고 해서 관리를 가볍게 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찰이 법을 임의로 해석할 수는 없다"며 "캠퍼스 내 도로 문제가 공론화되고 안전성이 부각되면 도로로 볼 수도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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