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가 삐걱거린다. 수교 75주년을 맞아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선포했지만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가 본격적인 밀월관계에 접어든 것과 상반된다. 일각에서는 북러 밀착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18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북한 고려항공은 지난 주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항공편을 하루 세 편으로 늘린 반면 베이징행 항공편은 줄였다. 고려항공은 지난 13일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에 임시편 2편(JS371, JS471)을 편성해, 정기편(JS271) 포함 총 3편을 운항했다. 지난 16일에도 추가로 JS471편을 편성해 총 2편을 운항했다.
고려항공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주 2회 블라디스보스토크행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금요일과 이번 주 월요일에는 총 5편을 투입했다. 주북 러시아대사관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 16일 블라디보스토크행 정기편을 이용했다.
반면 북중 항공노선은 축소되는 모습이다. VOA는 고려항공이 목요일 베이징 항공편을 중단하고 화·토요일만 남겨, 주 3회에서 주 2회로 운항 횟수를 줄였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정권 수립 76주년을 맞은 지난 9일에도 북중 양국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노동신문에는 각국 정상이 보낸 축전이 함께 실렸는데 시진핑 중국 주석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보낸 축전을 먼저 배치했다. 통상적으로 북한은 중국의 축전 소식을 먼저 전했는데 북러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북러·북중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북한의 정권수립일 행사에 왕야쥔 주북한 중국대사 대신 펑춘타이 대사대리를 보냈고 지난 7월 북한의 정전협정체결일 행사에도 왕 대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는 평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왕야진 대사가 북한에 없는 것인가란 질문에 “내가 알기로 왕 대사는 중국 내에서 휴가 중”이라고 답했는데, 북한 최대기념일 행사에 왕 대사가 부재한 상황 자체가 북중 간 이상 기류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주중 북한대사관 외교관들에게 “중국과 마찰을 두려워하지 말고 업무를 수행하라”고 지시했다. 또 광복절에도 김정은-푸틴은 축전을 교환했지만, 시진핑-김정은 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울러 북한은 화교의 거주지 이탈을 제한할 뿐 아니라 장마당에서 유통되던 중국 위안화 사용도 제한하고, 중국 영화 시청도 통제한다고 한다. 중국 위성을 이용했던 TV송출도 러시아 위성으로 전환했다고도 한다. 중국 입장에서는 의도적인 ‘중국 지우기’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중국도 이에 맞불을 놓고 있다. 2018년 시진핑-김정은 정상회담에서 다렌 방추이다오 해변 산책 기념으로 제작한 발자국 동판을 철거하고 북한 노동자를 귀국시키는 등 북한 지우기에 나섰다. 게다가 접경지역을 통한 교역도 큰 폭으로 줄었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북중 교역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가 감소했다. 특히 북한이 중국에서 사들인 담배 관련 수입액은 135만 달러로 전년 대비 27분의 1 수준이다. 중국 동영상 사이트엔 북한 정권에 비판적인 영상들이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그대로 올라와 있다.
다만 북중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중 관계가 급변할 가능성이 적지 않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으로 북러 밀착이 이완될 수 있는 만큼 북한과 중국 모두 양국 간의 관계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과 북한을 잇는 신압록강 대교가 양국간 수교 75주년인 올해 10월 6일 개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와 접촉하는 중국의 무역 관계자는 “신압록강 대교가 올해 9월까지 필요한 공사를 마치고 10월 6일 개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