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공개한 지 닷새 만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도발을 감행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오전 6시 50분쯤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미사일 수 발을 쐈다. 앞서 북한 정권수립일인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라고 위협하더니 12일에는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SRBM 여러 발을 발사했다. 이어 13일에는 은밀하게 생산이 가능한 고농축우라늄 제조 시설을 공개했다. 추석 명절 연휴인 14~15일에 이어 18일에도 남쪽을 향해 쓰레기 풍선들을 대거 살포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핵 협상과 관련해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를 갖고 연쇄 도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래식무기와 첨단 군사기술을 주고받으면서 밀착하고 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이 체제 안정을 위해 핵보유국 지위를 얻거나 묵인받으려면 국제 핵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도발 수위를 높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7차 핵실험, 국지적 군사 공격 등을 감행할 수도 있다. 제이비어 T 브런슨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지명자는 17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김정은이 미국 또는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들의 한반도 분쟁 개입을 억지하려는 시도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북한의 다양한 도발 시나리오를 상정해 실전 훈련 실시와 24시간 모니터링 등으로 철통 같은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국가의 영토와 주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차대한 국가의 사명이다. 정부는 자체 국방력을 압도적으로 키워나가면서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북한이 도발하면 강력한 응징을 받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는 안보 문제에서는 정쟁 중단으로 국론 분열의 증폭을 막고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평화를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니라 강력한 국방력과 결집된 힘임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