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임대주택 건설”…노인복지시설 건립 강남 재건축서도 제동

강남구, 개포현대2차 주민조사
600평 노인시설 건축 계획에
공람 단계서 주민 항의 빗발쳐
"지자체 성과주의 행정" 지적
여의도·강남 등서도 좌초 위기

사진 설명


서울시가 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박차를 가하고 있는 노인복지시설 공급에 제동이 걸렸다. 여의도에 이어 강남 재건축 현장에서도 조합원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히며 전면 백지화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학교와 공원, 도로 등 기부채납 시설 종류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차등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구는 최근 개포동 ‘개포현대2차’ 토지 등 소유자를 대상으로 법정 상한용적률, 기부채납과 관련한 주민 설문조사를 시행하겠다고 통보했다. 지자체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나 조합 등에 맡기지 않고 특정 단지에 대해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 5월 개포현대2차 정비구역 지정안에 대한 주민공람 결과 다수의 반대 의견이 접수된 데 따른 조치다. 이 단지는 40층, 805가구로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기부채납 시설에서 불거졌다. 개포현대2차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용적률을 기존 156%에서 250%로 높이는 대신 강남구의 제안대로 노인복지시설을 기부채납 하기로 결정했다. 노인 주·야간 보호센터인 데이케어센터를 포함한 해당 시설은 연면적 약 2000㎡(약 600평),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에 달한다. 준비위 측은 용적률 상향에 따른 임대주택 건설을 피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지 내 주민들은 노인복지시설 기부채납에 반대하고 있다. 개포현대2차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올릴 수 있는데 노인복지시설 기부채납 등을 통해 250%의 용적률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이 아닌 일반 재건축인 만큼 기부채납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합원 A씨는 “기부채납은 반드시 주민 공지와 동의가 필수적인 사안임에도 임대주택 반대를 내세운 재건축 준비위의 독단적인 결정과 지자체의 성과주의 행정 결과”라며 “초품아 단지에 600평 노인복지시설 유치를 원하는 주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준비위가 주민들의 의견을 정확히 수렴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향후 주민조사 결과를 토대로 용적률과 기부채납 등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서울시와 각 구청이 노인복지시설 등의 건립을 놓고 정비사업 주체와 갈등을 빚는 이유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노인복지시설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부지가 부족한 데다 토지 비용도 비싸 정비사업 기부채납 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노인 시설을 기피시설로 인식해 건축을 꺼리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여의도다. 신속통합기획을 추진 중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기부채납으로 약 297㎡(90평) 규모의 데이케어센터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업이 1년 넘게 지연되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의 약 40%가 설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경우현)’도 지자체로부터 노인복지시설을 기부채납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는 지난 3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임대주택과 노인시설, 공원 등을 전략용도시설로 지정했다. 정비사업 시 전략용도시설을 도입하면 기부채납 비율을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다만 당근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반발은 여전한 상태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기부채납 시설 종류에 따라 용적률 혜택을 차등화하는 등 좀 더 유연한 정책으로 조합원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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