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내년 상반기부터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철거 공사에 들어간다. 보행로 조성 후 지상부 보행 환경이 악화되고 상권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전 구간 개통 3년만에 철거를 결정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이르면 내년 공중 보행로 철거 및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한다. 오는 11~12월 시의회 의견 청취, 내년 1월 도시재생위원회 심의 및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 승인 고시를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사업이 시작된다.
세운상가 일대는 2015년 12월 10일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지정됐다. 2017년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해 산업 재생, 보행 재생, 공동체 재생을 목표로 9개 재생사업이 추진됐다. 청년 창업 지원 및 도심제조산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세운메이커스 큐브 조성, 세운상가군 내 유휴공간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거점공간 조성, 공중보행교 등 공공공간 조성사업이 포함됐다. 시는 이들 사업을 통해 세운상가 일대에 다양한 재생 인프라를 도입하고 청년층 유입 등 활성화를 도모해 왔다.
재생 사업 가운데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에서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PJ호텔, 인현·진양상가까지 약 1km
구간에 걸쳐 설치됐다.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1단계로 종묘~다시세운광장~세운상가군(세운·청계·대림), 2018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2단계로 세운상가군(삼풍·풍전·신성·진양)~남산 629억원 구간을 조성했다. 1단계에 480억 원, 2단계에 629억 원이 소요됐다.
11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공중 보행로가 2022년 전 구간 개통됐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세운상가 일대 공중보행로 일일 보행량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계획 당시 하루 10만 5440건으로 예측된 3층 예측 보행량이 실제로는 1만 1731건으로 예측치의 11%에 불과했다. 지상부 보행량도 설치 전과 비교하면 일일 보행량이 3만 8697건에서 2만 3131건으로 감소했다. 감사원도 지난 8월 감사에서 공중보행로가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일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중 보행교 조성 후 하부로의 일조가 차단되고 누수 등으로 시민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됐다. 보행교를 받치고 있는 기둥 때문에 보도가 협소해지면서 지상부 보행환경이 악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방안전에 취약하고 보행량 증대를 통한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달에도 보행로 설치 후 손님이 줄었다거나 조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역 상인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오는 23일 중구 구민회관 소강당에서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용이 저조하고 지상부 보행 및 가로환경을 저해한다는 비난을 받아 온 세운상가 일대 공중보행로 일부 구간을 철거하고 지상부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변경안에는 삼풍상가와 PJ호텔 양측 약 250m 구간에 설치된 철골구조의 보행교 구간에 대한 시설 폐지가 포함됐다. 삼풍상가와 PJ호텔 양측에 설치된 철골구조의 보행교 구간은 하루 평균 보행량이 계획 당시 2만 6360건으로 예측됐으나 실제 1757건에 불과했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등 기존 건물과 연결된 나머지 공중보행로 구간은 세운지구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른 상가군 공원화 사업과 연계해 단계적으로 철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