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전격적으로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하면서 한국은행도 이르면 다음 달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하 시대의 막이 올랐지만 한국은 미국과 비교해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부족하고 가계부채와 집값 변수가 있어 추가 조정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련 시리즈·기사 2·3·4면
연준은 1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현행 연 5.25~5.5%에서 4.75~5.0%로 0.5%포인트 내린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는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이며 2022년 3월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부터는 2년 6개월 만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회의 이후) 7월 및 8월 고용 보고서가 나왔고 2건의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있었다”며 고용 둔화와 물가 하락이 금리 인하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선 만큼 한국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를 기록한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 폭이 생각보다 컸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준이 빅컷을 했기 때문에 (한은이 다음 달에) 0.25%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하 속도와 횟수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부터 금리를 인하해도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5%로 금리 인하 이후에도 최고 5%인 미국과 비교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작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은 금리를 올릴 때 미국보다 덜 올렸기 때문에 내릴 때는 느리게 가는 게 정상”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속도 조절에 나설 확률이 높다. 이날 연준의 움직임이 ‘매파적 인하’로 해석되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3.65% 수준으로 급락했던 미 국채금리가 한때 3.73%까지 반등했다. 달러화도 약세에서 강세로 돌아섰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10월에도 가계부채와 부동산·환율 여건이 좋지 않으면 한은이 11월 이후로 인하를 미룰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