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한번 깜빡하면 끝”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 업그레이드한다 [헬시타임]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양성자치료센터장
日 스미토모중기계공업과 공동 연구
기존 양성자치료에 ‘플래시’ 기술 접목
초정밀 방사선치료로 게임체인저 기대

의료진이 양성자치료기를 가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서울병원


국내 민간병원 중 처음으로 양성자 치료기기를 도입했던 삼성서울병원이 고선량 방사선 치료법인 ‘플래시 기술’로 방사선치료의 신기원을 열기 위한 새 도전에 나선다.


20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박희철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이끄는 양성자치료센터는 최근 일본 스미토모중기계공업과 플래시 기술에 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양성자 치료는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다음 환자의 몸 속 암조직에 에너지빔을 투사하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중입자와 마찬가지로 일정 속도로 끌어올린 입자선이 몸 속 암세포를 타격하는 순간 에너지를 방출하고 사라지는 브래그피크(bragg peak)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에 암세포만 정밀하게 타격하고 주변 정상 세포를 파괴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다만 양성자는 수소 입자를, 중입자는 그보다 무거운 탄소 입자를 이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플래시(FLASH)는 초당 40그레이(Gy) 이상의 고선량 방사선을 1초가 채 되지 않는 단시간 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기존 양성자치료에 플래시 기술을 적용하면 암 타격 능력은 유지하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정상 장기를 보호하는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대기 시간, 치료 횟수가 줄어드니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플래시 기술이 적용된 양성자 치료법은 이러한 혁신성에도 임상연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플래시를 구현하기 위한 장비나 그에 맞는 기반 기술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아직까지 정상조직을 보호하는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보니 인간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최근에야 시작됐다. 미국 신시내티 아동병원이 지난 2022년 뼈 전이가 일어난 암환자에게 플래시 기술을 접목시킨 양성자 치료연구를 시도한 게 첫 사례다. 당시 유의미한 치료 결과를 입증해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JAMA Oncolocy)에 게재됐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 12월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양성자치료를 도입해 2024년 현재 9만 건이 넘는 치료건수를 보유 중이다.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2부제로 2개의 치료실을 동시 운영하며 매일 50건 가까이 치료한 결과 비슷한 시기 진료를 시작한 다른 국가들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병원 측은 오랜 치료 경험과 기술적 환경 우위를 활용해 전임상 연구를 빠르게 완료하고 초정밀 치료법 개발에 성공하면 전 세계 방사선 치료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이 보유한 양성자 치료기는 첨단 플래시 기술 구현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데다 초정밀 선량을 측정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플래시 기반의 양성자 치료를 진행할 때 암종 또는 환자마다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선량을 제시할 수 있어 기술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방사선을 이용한 미래 혁신 기반 기술연구사업에 참여하는 한편, 면역항암제 투여와 병합하는 등 양성자치료를 고도화하기 위한 방법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양성자치료는 현재 입자방사선 치료 중 유일하게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성공시켜 방사선 치료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국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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