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인데, 3년차 일 시켜”…'복불복' 된 해외 취업

해외취업자 사후관리 설문조사 보니
전체 만족도 높지만…업체 미스매칭
‘좋은 업체’ 복불복…“이직 어려워”

1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앞에 이용객들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전 신입사원으로 알고 갔는데, 현장에서 저를 3년차라면서 고객사로 배정했습니다. 전 신입인데 3년차와 같은 일을 하기 벅찼죠.”(일본에서 해위 취업 후 귀국한 A씨.)


정부를 믿고 해외 취업에 도전했다가 낭패를 본 우리나라 취업자 상당수는 현지 업체와 지원자 간 정보 불균형이 큰 문제라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한국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자 사후관리 설문조사’에는 이 같은 설문 결과가 담겼다. 이 조사는 인력공단의 해외 취업 지원 사업 만족도를 알아보기 위해 이뤄졌다. 동아시아 12명, 영어권 16명 등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해외 취업 후 국내 복귀자 및 현지 체류자 56명을 대상으로 올 5월 실시됐다.


부정 평가는 업체와 지원자 간 정보 불균형으로 요약된다. 일본에서 일했던 B씨는 “개발자여서 코딩 업무 경력을 쌓으려고 했는데, 서류 처리 업무만 했다”고 말했다. 한국인 직원이 많은 업체로 배정받아 정작 해외 취업 경험을 얻지 못했다는 불만도 참여자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국가 별로 다른 문화와 제도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미국에서 일했던 C씨는 “시급 15불이어서 지내기 무리없을 줄 알았는데, 렌트비가 너무 비쌌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일하다 귀국한 D씨도 “시카고 지역에서 근무했는데, 집 밖에서 총소리를 들었다”고 치안 문제를 지적했다. 일본에서 일했던 이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한 어려움은 낮은 임금 수준이다. 일본에서 일했던 E씨는 “계약직이라고 연 2회 주기로 했던 상여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일한 연수자는 낮은 물가를 만족스러워했다.


문제는 처음 일한 기업이 만족스럽지 않아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56명 중 이직에 성공한 경우는 2건에 그쳤다. 보고서는 "최초 해외 취업을 도운 기관과 에이전시를 이용하지 않고 모든 과정을 혼자 맡는 어려움이 컸다"고 요약했다.


다만 인력공단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참여자 6715명을 대상으로 별도 조사를 한 결과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75.1점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이뤄진 조사 모두 만족도 점수는 매년 60점을 넘었다. 이유를 물은 결과 ‘해외생활 문화 경험’을 1순위로 꼽은 비율이 36.2%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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