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이제 활동 시작할게요"…그동안 '더위' 타던 모기도 이제 슬금슬금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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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까지 이어지던 늦더위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하지만 다른 방해꾼이 등장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방해꾼은 바로 모기다.


이례적인 폭염에 보이지 않던 모기들이 이제 길 곳곳에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밝은 조명이 있는 곳 인근에선 어김없이 쉽게 모기를 발견 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8일부터 14일까지 시내에 있는 53개 유문등(불빛으로 모기를 유인하는 채집기)을 통해 채집된 모기는 총 554마리로, 전주 대비 77마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주차(25일~30일)와 비교하면 무려 91%가량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는 올여름 기승을 부린 기나긴 폭염과 열대야가 꼽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폭염 일수는 22일로, 2018년과 1994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많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할 수 없어 높은 기온이 지속하면 대사 작용이 지나치게 빨라져 수명이 줄어든다.


특히 올여름에는 무더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지열이 크게 올라 땅에 생긴 물웅덩이나 개울도 금세 말라붙어 산란체가 더 줄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모기들은 통상 30도를 크게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는 활동 자체를 거의 하지 않는 습성으로 올해 밤에는 유난히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 가뜩이나 수명이 줄어든 모기들의 활동영역이 좁아졌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초가을이 다가오는 근래에는 채집되는 모기의 개체 수가 과거보다 다시 늘어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초가을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데다가 최근 일본뇌염 매개 모기가 많이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모기는 알에서부터 성충이 되는 데 약 12일밖에 걸리지 않고, 한 마리가 100개 이상의 알을 낳는 만큼 개체 수 변동 폭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일본뇌염 매개 모기의 경우 올해 322마리 채집돼, 평년 같은 기간 171마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에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뇌염 환자 2명이 동시에 확인돼 방역 당국이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일본뇌염은 작은빨간집모기가 매개한다. 논이나 미나리밭, 동물축사, 웅덩이 등에서 서식하는 암갈색 소형모기로, 주로 야간에 흡혈 활동을 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 두통 등이 나타나는데, 드물게 뇌염으로 진행돼 고열, 발작, 목 경직, 착란, 경련, 마비 등 심각한 증상이 생긴다.


뇌염에 걸리는 경우 20~30%는 사망할 수 있고, 30~50%는 손상 부위에 따라 다양한 신경계 합병증을 겪을 수 있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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