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5조원대 추산 병원급 비급여 진료… 1위는 정형외과·도수치료

작년 9월분 비급여 594개 항목 분석
정부, '과잉진료' 비급여에 손 보기로
비급여 병행진료시 건보료 청구 제한도 검토

서울 시내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119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연간 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큰 진료과목은 정형외과, 개별 행위는 도수치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도수치료를 비롯해 일부 비급여 행위가 실손보험과 연계돼 과잉진료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고 적극 관리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지난해 하반기 비급여 보고 제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비급여 보고 제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현황을 파악하고, 국민의 알권리와 의료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건보공단에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이 제도에 따라 작년 하반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4078곳이 건보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 594개에 대한 2023년 9월분 진료내역을 보고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작년 9월 한 달 동안 비급여 진료비 총액은 4221억원이었다. 복지부는 이를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비급여 진료비 규모가 약 5조6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기관 종별 점유율은 병원이 1938억원(45.9%)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병원(21.3%), 상급종합병원(15.8%), 치과병원(8.1%) 순이었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가 1170억원(27.7%)으로 가장 많았으며 신경외과(12.9%), 내과(10.6%), 일반외과(6.6%), 산부인과(5.6%) 순으로 비급여 진료비 규모 상위를 차지했다. 복지부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40.6%인 1715억원을 점유했다고 전했다.


개별 비급여 항목별로는 도수치료가 494억원(11.7%)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1인실 상급병실료 451억원(10.7%), 척추-요천추 자기공명영상장치(MRI) 187억원(4.4%) 순이었다.


도수치료는 관절 가동범위가 감소했거나 척추나 요추 통증, 근골격계 질환 등을 앓는 환자에게 손을 이용해 신체 기능 향상을 돕는 행위를 뜻한다. 대표적 비급여 의료행위로 병의원마다 가격은 병의원마다 천차만별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수치료의 중간금액은 10만원이지만, 최고금액은 28만원으로 2.8배 수준이었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큰 데다 뚜렷한 의학적 필요 없이 시행되는 과잉의료 사례로 지목되곤 한다.


복지부는 이번에 보고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행위가 실손보험과 연결돼 과잉진료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는 비중증 과잉 비급여 의료행위를 적극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말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을 발표하며 향후 비급여 모니터링 강화와 관련 정보 공개를 확대해 소비자의 합리적 의료 선택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비급여 관련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비급여 통합 포털’을 개설할 예정이다. 또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비급여 표준 진료 지침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도수치료 등 남용 경향이 있는 비중증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의학적 필요가 적을 경우 급여가 적용되는 항목과 병행해 진료할 경우 건보료 청구를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학적 필요에 따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행위 등을 모두 막는 것은 아니다. 주기적 의료기술 재평가와 효과성 검증을 통해 효과성이 없거나 안전성 등에서 문제가 되는 기술은 비급여 항목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권병기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지원관은 “수집된 자료를 분석해 국민들의 실질적 의료이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비급여 보고제도를 확대하는 등 비급여 모니터링을 지속 강화하겠다”며 “비중증 과잉 비급여 관리방안에 대해 의료계를 포함한 전문가 등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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