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곳곳이 침수되는 등 전국에서 폭우 피해가 속출했다.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호우 대처 상황보고에 따르면 대피한 인원은 부산·충남·경북·경남 등 4개 시도, 18개 시군구에서 342세대, 506명이다. 이 중 330세대 494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일 자정부터 21일 오전 8시까지 주요 지역별 강수량은 경남 창원 진북 323㎜, 충남 서산 258.3㎜, 대전 정림 250㎜, 속초 설악동 223.5㎜, 청주 오창가곡 218.3㎜, 홍성 187㎜, 순천 202.5㎜, 익산 함라 193㎜, 부산 187.2㎜, 평택 현덕 170.5㎜, 군산 138.7㎜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물폭탄’이 쏟아졌다.
행안부는 이날 새벽 1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경북 지역에서는 오전 6시 기준 295세대 43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사전 대피했다. 지역별로는 울릉도 208명, 봉화 38명, 영주 42명 등이었다. 산사태가 우려된 경남 창원, 합천, 진주에서도 대피가 잇따랐다.
등산객들이 불어난 계곡물에 고립되는 일도 있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 봉정암에서는 가야동계곡으로 내려가던 등산객 3명이 밤새 고립됐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하산했다. 현재 치악산·태백산·설악산·오대산 등 17개 국립공원 430구간이 통제 상태다.
건물 외벽이 떨어지고 시설이 침수하는 피해도 이어졌다. 전날 오후 10시 10분께 강화군 강화읍에서는 건물 외벽 마감재가 떨어져 소방 당국이 안전 조치를 벌였다. 비슷한 시각 양사면 철산리 왕복 2차선 도로에서는 낙석이 발생했다.
앞서 오후 7시께 전남 광양시 옥곡면과 진상면 284가구에서는 비바람으로 전기시설이 훼손되면서 정전이 발생했다. 한국전력은 긴급 복구반을 투입해 1시간여 만에 전기공급을 재개했다.
충남 태안에서는 전날부터 캠핑장과 펜션 마당 침수 등 22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서산시 예천동 아파트에서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기도 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전국 4개 철도 5개 구간에서 열차가 지연운행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현재 경부선 대전∼심천역 구간, 부산∼화명역 구간, 호남선 서대전∼익산역 구간, 가야선 가야∼부전역 구간, 동해선 센텀∼오시리아역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열차는 이들 구간 앞 역에서 일시 대기 중이다. 풍랑주의보로 29개 항로 41척의 여객선 또한 운항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북부 5~30㎜(경기남부 20~60㎜), 강원동해안·산지 30~80㎜(많은 곳 100㎜ 이상), 충청권 30~80㎜(많은 곳 120㎜ 이상), 전라권 30~80㎜(많은 곳 120㎜ 이상), 경상권 30~100㎜(많은 곳 180㎜ 이상), 제주도 20~60㎜ 등이다. 강원은 22일까지, 제주는 23일까지 비 소식이 예보됐다.
기상청은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예상돼 하천 하류에서 갑자기 물이 불어날 수 있으니, 야영을 자제하고 농경지 침수·농수로 범람, 급류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산사태, 토사유출, 시설물 붕괴 등도 주의하고 하수도와 우수관, 배수구 등에서 물이 역류할 가능성에 대비해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