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의사 10명 중 7명은 추석 연휴 전후 7일간 12시간 넘게 연속 근무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시간 넘게 근무한 경우도 17%에 달했다.
21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국 34개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89명에게 추석 연휴가 포함된 이달 13~20일 근무 현황을 묻고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달 13일 오전 7시부터 20일 오전 7시까지 최대 연속 근무 시간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62명(69.7%)가 12시간 이상 연속 근무했다고 답했다. 15명(16.9%)은 16시간 이상, 3명(3.3%)은 36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응답했다.
전의교협은 조사 취지에 대해 정부 평가와는 별개로 국민들에게 응급실의 정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응급실 대란 등 우려했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번 연휴 응급실에 방문하는 환자, 특히 경증환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나보다 더 아픈 이웃에게 응급실을 양보해준 우리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지난해 추석·올해 설보다 20% 이상 감소했다면서 응급의료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했다고 평가했는데, 전의교협은 의료진 관점에서 이와는 다른 조사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전의교협은 “깨어난 후 16시간이 지나면 업무 수행 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환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잠에서 깨어난 후 20시간이 지난 후의 근무는 음주 상태에서 환자를 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고 연속 근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응답자 중 28명은 13~20일 총 48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응답했다. 9명은 64시간, 3명은 104시간 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직 의향에 대해서는 46명(51.7%)가 실제로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전공의 복귀가 무산될 경우에는 55명(61.8%)가 ‘사직 예정’이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불통과 무능력, 무책임한 정부의 의료 정책은 전공의와 학생뿐만 아니라 전문의들마저 병원과 학교를 떠나게 할 것”이라며 “정부는 눈앞에 다가와 있는 의료 붕괴의 현실을 인정하고, 해결을 위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