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레드라인 없다…美 "레바논 떠나라"

■이·헤즈볼라 전면전 수순
이, 레바논 남부 전역 대규모 공습
팔 서안지구 알자지라 지국도 급습
헤즈볼라, 이 북부 겨냥 로켓 반격
美국무부 "분쟁 규모 예측 불가능"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가 30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삐삐 테러’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한 후 양측 간 무력 충돌이 사실상 전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광범위한 공습을 벌이자 보복을 천명한 헤즈볼라 역시 대규모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전쟁 위험이 고조되자 미국 정부는 자국민에 ‘레바논을 즉시 떠나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2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민간인 지역을 향해 115발의 발사체를 쐈다”며 “현재 레바논 테러 조직의 표적을 타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남부를 수차례 폭격해 사용 준비 상태인 수천 대의 로켓 발사대와 180여 개의 표적을 타격했다. 레바논 국영 NNA통신에 따르면 오후 1시 30분께부터 1시간 동안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 등지에 가한 공습 횟수는 111회에 달한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 전투기가 레바논 남부에서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가장 많은 폭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헤즈볼라의 주요 지휘관인 이브라힘 아킬을 비롯한 16명을 사살하는 등 공습 수위를 높였다.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에 돌입했다. 헤즈볼라는 텔레그램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북부의 라맛다비드 공군기지로 미사일 수십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쏜 로켓 100여 발로 이스라엘 북부 도시 사페드 인근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앞서 최소 82명의 사망자와 30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 등 통신장비 폭발 사태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습에 북부 도시 하이파부터 레바논 국경에 이르는 전 지역에 비상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역 해변은 폐쇄됐고 학교에는 휴교령이 떨어졌다. 실외 모임은 10명, 실내 모임은 100명 이내로 인원이 각각 제한됐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산발적 충돌을 지속하면서도 기피해 온 전면전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카르밋 발렌시 수석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레드라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고 짚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공습 심화로 전력 파괴, 보안 침해, 통신 장애 등 전례 없는 수세에 몰린 헤즈볼라가 어떤 대응에 나설지 역시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레바논의 친헤즈볼라 매체인 알아크바르는 “헤즈볼라가 다른 전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는 새로운 차원의 대결의 문이 열린 것”이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1개월간 이스라엘군이 사살한 헤즈볼라 대원(지휘관 포함)은 500여 명에 이른다.


전운이 짙어지자 미국 국무부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에 계속되는 분쟁이 예측 불가능하며 최근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며 “미국 시민들에게 민간 비행편이 남아 있는 동안 레바논을 떠날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레바논 남부와 시리아 국경, 난민촌 인근 지역에 있는 자국민에게는 “즉시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날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의 알자지라 방송 지국을 급습해 45일간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앞서 알자지라의 전쟁 보도가 편파적이라는 이유로 자국 내 방송 송출을 금지하고 미국 언론사 AP통신의 방송 장비를 압수하며 미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