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의대정원 확대를 두고 의정 대치 국면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불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의료계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는다면 내후년인 2026학년도 입학 정원을 원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게 정부가 제시한 마지노선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2025년도 입학 정원은 이미 수시 모집 원서 접수가 마감됐기 때문에 변경이 어렵다"며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2026년은 의료계가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시면 제로베이스에서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대통령실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조금도 달라진 바가 없다.
앞서 장상윤 사회수석은 지난 19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26학년도 이후에 대해서 정부는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의료계를 향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듭 촉구했었다.
조 장관은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합리적인 대안'에 대해 "정부는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발표했는데, 이게 비과학적이고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씀하시니 의료계에서 생각하는 과학적이고 근거가 있는 정원은 얼마인지를 여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내부에 여러 이해관계자가 있는데 합리적인 하나의 대안을 가져오는 게 모호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숫자 하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략 의료계에서 생각하는 안을 제출해 주시면 논의가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놨다. 정부도 의정 갈등을 해소할 협의체가 출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의료계가 참여 의사를 밝힌다면 형식에 상관없이 대화에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의료계가 조 장관 본인을 포함한 관계자 문책이나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의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의료 정책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거취를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대통령 대신 장관이 사과할 용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국민 여러분께서 의료 공백으로 불편해하고 계시고 고통을 느끼신 거에 대해서는 당연히 사과드리겠지만 야당이나 그 밖에서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안으로 급물살을 탄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은 갈수록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의정 간 불신의 골이 깊다보니 양측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한 대표와 비공개 만남을 가졌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세브란스병원 사직 전공의)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 정광재 대변인이 '한 대표가 박단 위원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기사를 공유하며 “한동훈 당 대표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유감이다. 거짓과 날조 위에 신뢰를 쌓을 수는 없다”고 적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한 대표와 만났지만 협의체 참여 등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야의정협의체 출범이 의료계의 보이콧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오는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은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가 한 자리에 모여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의료개혁을 비롯한 개혁 과제,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폭 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