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 관계 개선해야 '차이나포비아' 벗어난다 [김광수특파원의 中心잡기]

10세 일본인 학생 피습 사건 충격
손준호 사건 등 중국에 대한 불안↑
주요 교역국 중국 시장 놓칠 수 없어
韓中, 불안감 잠재우고 협력해야

20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자리한 일본인학교의 문이 굳게 닫힌 채 한 배달원이 지나가고 있다. 김광수 특파원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이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중국의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지인들과의 대화나 오픈채팅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중국 여행을 가는데 치안은 어떤가요?” “밤 늦게 돌아다녀도 괜찮을까요?” 등의 질문을 종종 접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고 중국 여행을 희망하는 사람이 늘면서 이런 궁금증을 지닌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중국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주재원이나 유학생으로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중국은 우리와는 다른 점이 너무 많아 불안과 불편이 공존하는 국가다. 특히 올 6월 말 국가정보원이 낸 보도 자료는 걱정을 넘어 공포를 안겨줬다. 당시 국정원은 7월부터 반간첩법(방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국에서 사용이 금지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톡 등을 공개적으로 이용할 경우 불심검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후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이를 기사화했고 기정사실이 됐다.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엄밀히 말하면 과도한 해석이다. 문제가 될 경우 불심검문과 수색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명확히 했을 뿐 일반인이 중국에서 위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크게 달라질 것도, 걱정할 일도 없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중국을 찾는 한국인에게 회자되며 ‘혹시 내가 중국에서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검문 대상이 되고, 처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 국민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달 18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서 10세 일본인 초등학생이 중국인 괴한의 흉기에 찔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다음날 사망했다. 등교길에 벌어진 참혹한 사건에 일본인은 물론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앞서 올 6월에도 장쑤성 쑤저우에서 중국인 남성이 하교하는 자녀를 맞으러 나간 일본인 모자 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해 일본인의 공포는 극에 달한 상태다. 일부 회사는 주재원 파견 제도를 축소 또는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이번 피습 사건이 벌어진 날이 1931년 일제가 만주 침략 전쟁을 개시한 만주사변(9·18사변) 93주년이라는 점에서 일본에 적개심을 드러낸 행동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현지 주재 외국인들에게는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최근 축구선수 손준호 사건까지 회자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 프로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던 손준호는 한국으로 귀국하려다 체포돼 약 10개월간 공안에 구금됐다가 풀려났다. 최근 중국축구협회가 손 선수에 대해 승부 조작 혐의로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면서 기자회견이 열렸고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세상에 알려졌다. 손 선수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잘못이 없지만 공안의 협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했고 한국에 빨리 돌아오기 위해 법정에서도 유죄를 인정했다고 한다. 중국 측과 손 선수 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이번 이슈는 중국에 거주하는 교민이나 주재원 등이 혹시라도 중국에서 잘못된 일로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더 나아가 중국에서 일이 잘못돼 불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 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보호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최근 양국 교류가 활발해지며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근 비중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국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해야 하는 우리 기업들이 포기할 수 없는 최대 시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차이나포비아’를 잠재우고 우리 정부가 국민을 지킬 힘과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도록 한중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때마침 북한과 중국 간 관계가 멀어지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