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고점 우려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주춤거리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상품들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AI 빅테크 ETF 대다수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보다도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 10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KODEX 미국빅테크(H)’ ETF는 지난 한 달 새 -0.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AI 산업과 관련도가 높은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KODEX 미국AI테크TOP10’도 한 달 새 1%에 가까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NASDAQ)과 S&P500 지수는 각각 0.74%, 1.88% 상승했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AI 고점 우려가 불거진 영향으로 해석된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AI 산업 투자 랠리는 영원하지 않다”고 말하며 고점론에 불을 지폈다. 올 들어 140% 넘게 상승하며 AI 대장주로 평가 받는 엔비디아는 주가가 한 주 새 10%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아마존, 알파벳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투자를 줄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며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도 둔화됐다.
반면 전력 인프라 관련 ETF는 호실적을 보이고 있다. AI 빅테크 ETF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치에 비해 저평가 돼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미국 원자력 발전 1위 기업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업체 버티브 홀딩스 등을 담고 있는 'SOL AI전력인프라 ETF'는 한 달 새 7%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경기소비재 ETF도 선방하고 있다. 맥도날드, 나이키, 스타벅스 등에 투자하는 'KODEX 미국S&P500경기소비재 ETF'는 한 달 새 6.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AI 산업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 공장 자동화 등 미래 산업의 경쟁력이 데이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AI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라고 밝혔다.